내 글로 돈을 벌 수 있는가

글쓰기의 꿈 10

by 김약

돈을 벌고 싶다



한 번은 생각했다. 아주 돈이 많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느 날 갑자기 어마어마한 금액의 복권에 당첨된다면? 혹 이미 충분한 재산을 보유하여 노후준비가 필요 없는 사람이라면?


우선 내가 매일 같이 하는 지금의 노동은 하지 않을 것 같고, 그동안 바라왔던 대로 대부분의 시간을 글을 쓰며 보내지 않을까 싶다. 평생 돈 걱정 없을 만큼 금전적으로 넉넉할 때에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지금과 별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나는 넘치게 행복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 없이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면 나는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경제적 자유를 이룬 상태에서 글을 쓴다면 좋은 점이 많다. 여유롭게 마음 편히 쓰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고, 결과를 내지 않아도 되는 이점까지 있다. 돈에 구애받지 않기에 결과에 대한 부담도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재산이 충분하여 더는 필수적으로 돈을 벌 필요가 없다 해도 나는 글로 돈을 벌고 싶을 것 같다. 재산이 얼마나 있느냐와 상관없이 글을 쓰는 사람에게 있어서 자신의 글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건 아주 중요한 논제라고 생각한다.













돈을 벌고 싶은 이유



처음엔 글을 쓸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서 글로 돈을 벌고 싶었다. 전업작가가 된다면 자유롭게 시간 활용이 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별도의 일에 시간 쓰지 않고 하루 내내 글을 쓸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열중하는 시간이 쌓여갈수록 나는 내 글이 더 많이 읽히고,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쳐 종내엔 어떤 반응이 나에게로 되돌아오길 고대하게 됐다. 단순히 글을 쓰고 내 뜻을 드러내는 단계에 만족하는 것을 넘어 내 글이 타인에게 어떤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길 바라게 된 것이다.


타인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건 어떻게 판별할 수 있을까? 독자가 보내는 직접적인 메시지(감사의 말, 짧은 감상, 궁금한 사항에 대한 질문 등)가 한 예가 될 것이다.

그러나 독서 후 쓰는 감상문이 의무가 아니듯 내 글을 읽은 대다수의 사람에게 능동적인 반응을 기대하기란 무리가 있었다. 내가 한 작용의 결과가 어떤 형태로든 다시 돌아오는 게 기꺼웠지만, 단지 내가 원한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피드백을 강제할 순 없는 일이었다. 자연의 물리법칙과 달리 내 작용의 반작용은 자발적이고도 추가적인 외부의 힘을 필요로 했다.


나는 타인이 내게 어떤 흔적을 남기길 원했는데, 그 소극적 증명으로 돈을 벌고 싶었다. 현실적으로 내 글을 읽는 독자에게 책(만약 출판할 수 있다면)을 구매하는 것 이상의 부가적인 노력을 요구할 순 없겠지만, 내 글이 타인에게 요긴한 재화가 된다면 출판 부수와 인세라는 형태로 간접적으로나마 확인 가능할 것이었다.

돈은 누락되지 않는 성과였다. 특정 피드백은 타자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데 반해, 돈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수동적일지언정 보다 확실한 증거를 원했으니 나는 내 글로 돈을 벌고 싶었다.














세상과의 상호작용



물질적 풍요가 주는 혜택을 선선히 받아들이는 나의 가치관을 제외하고서라도, 수많은 사람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돈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일 것이다. 인간이 모인 곳에 돈이 끼어들지 않는 곳이 없으니, 일변에서 돈은 그 어떤 자물쇠도 풀 수 있는 만능 키라 생각될 만큼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내가 타인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결정적인 증거로 돈을 꼽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인간 사회에서 돈은 좋든 나쁘든 사람 사이의 유의미한 연결고리가 된다.


돈은 한 사람이 세상에 작용하는 어떤 원인이자 결과이다.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면, 사회에 나가 돈을 버는 동시에 다양한 재화를 소비하며 사람 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과적으로 돈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강력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


글과 세상의 상호작용 또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돈이 '인간과 인간' 사이에 유의미한 연결고리가 된다면, 매한가지로 '글과 인간' 사이에서도 그럴 것이다.

내 글이 세상에 상호작용한 결과를 전부 반영하진 못 하겠지만, 작용한 결실을 부분적으로나마 설명할 수 있을 터였다. 일부일 뿐일지라도 나는 돈이라는 수치화할 수 있는 성과로 내 글의 영향력을 확인하고 싶었다.












누군가 바라는 일



글로 돈을 번다는 생각만으로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익숙한 소비자의 입장이 아닌 시간과 돈을 소비할 만한 글을 쓰는 생산자가 되는 것이다.

물론 글이 아니더라도 수익을 창출하는 능력은 충분히 대단한 일이라 생각한다. 돈을 버는데 기본적으로 수반되어야 하는 성실함은 물론이고, 예기치 않은 수모를 감당하는 인내심과 책임감까지 필요할 테니 말이다.


돈을 써서 타인의 '시간과 노동력'을 구하는 경우는 간단히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지식을 요하여 (높은 진입장벽으로) 자신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거나, 혹 위험하거나 고되다는 이유로 기피하여 돈과 타인의 노동력을 교환하는 것이다.


그러나 뭐가 됐든지 간에 타인이 돈을 지불하는 일을 대신한다는 건 (돈을 벌고자 하는 내 필요 때문이라 해도) 세상에 필요하고 누군가 바라는 일을 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어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 생각하는 순간, 돈을 버는 일은 썩 멋진 일로 변모한다. 훌륭한 한 사람의 어른이 된 기분마저 드는 것이다.












인정의 의미



외부로부터의 인정과 자기만족 중 후자에 좀 더 추를 기울인 나지만, 그런 나도 인정을 바라 마지않았다. 타인에게 영향을 끼친 결정적인 증거로 돈을 원했던 까닭은 이 활자들의 나열에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내 글을 읽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는 점에서 이 글이 세상에 나올 만하다는 증명으로까지 여겨졌다. 대다수가 아닌 일부에게서라도 나는 내 글이 돈을 쓰기에 아깝지 않은 태생부터 읽힐만한, 읽을만한 글임을 인정받고 싶었다.


'생계'가 아닌 '인정'의 의미로 돈이 되길 바랐기에 얼마를 버느냐 그 이상으로 나에겐 글로 '돈을 벌 수 있는가' 여부가 중요했다. 많지 않더라도 돈을 벌어서 누군가에게 필요하고 찾을만한 가치 있는 글이라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꼭 많을 필요는 없지만, 수입이 있는 것과 수익을 아예 창출하지 못하는 것의 차이는 이렇게 컸다.


전업작가의 길에 한걸음 더 다가간다는 면에서도 맞는 방향 설정이라 여겨졌다. 아예 수익이 전무한 것보다 적게라도 벌다가 점점 늘여나가는 쪽이 더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생계를 유지할 만큼 많이 벌지 못하더라도 나는 글로 돈을 벌고 싶었다.


한동안 독립출판과 1인 출판에 관심을 가지면서 내가 마음만 먹으면 자가출판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내 글이 인정받고 그 증명으로 돈을 원했던 나는 내심 글 발행의 주체가 나 아닌 타인이기를 바랐다. 어렵지만, 가장 대표적이고 일반적인 예로 시중의 출판사를 통해 내 글을 많은 사람에게 보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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