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작가가 된다는 작은 가능성

글쓰기의 꿈 9

by 김약

작가로서의 삶


간절하기에 더 욕심나고 중요하기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하늘의 뜻이려니, 그러려니 평온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건 다른 어느 무엇보다 간곡히 원했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하기는커녕 안타깝고,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아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조금만 더 어떻게 하면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있지도 않는 어떤 뾰족한 수를 찾아 몸과 마음을 부쩍 괴롭혔다.


진인사 대천명. 무언가 이루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에 평안을 주기 참 좋은 말이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사람의 일을 다 하기도 전에 하늘의 뜻을 먼저 가늠하려 했던 내 고민이 깊어졌던 건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른다.

나는 알 수 없는 미래를 헤아리느라 전전긍긍했는데,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뿐 정작 내가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도 몰랐던 것 같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동안, 눈이 가려 앞이 보이지 않았음에도 지치지도 않고 하늘의 뜻을 훔쳐보려 애썼다. 나는 어떤 확신을 구하고 있었는데, 하늘의 뜻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아주 살짝이라도 움직일 수 있기를 바랐다. (그 시간에 글 한자라도 더 쓰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인간의 일보다 하늘의 뜻에 관심이 많았던 건 작가의 삶을 욕심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고심한 만큼 좋은 결과로 이어졌나 생각하면, 글쎄 여러모로 소모적인 행동이지 않았나 싶다. 고민한 보람이 조금이나마 있었을까? 내가 뭘 원하고 어떤 상태인지 모른 채 우왕좌왕하느라 에너지를 허비했고, 글과 관련 없는 사항에 아까운 힘만 뺐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비겁한 선택을 하진 않았지만, 간절함에 눈이 멀어 어떤 것도 하지 않는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 인풋에 집중하기보다도 고민하고 걱정하는데 더 많은 심력을 소모했다.

한 자라도 더 쓰고 완결을 내어 작가로서의 삶을 제대로 시도해 보지 그랬나 하는 뒤늦은 아쉬움이 든다. 물론 다시 돌아가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지만 말이다.








간절함의 두 얼굴



해야 할 일을 하고, 잡념 없이 내 목표에 집중하여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진인사 대천명을 몸소 행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고 그다음은 하늘에 맡긴다면 정녕 마음고생할 일은 없을 터였다. 가진 욕심만큼이나 원 없이 노력했다면 틀림없이 그보다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나도 다른 것이라면 정말 그럴 자신 있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흐르는 강물처럼 평온한 마음가짐으로 말이다. 미래가 정해져 있다는 다분히 운명론적 시각에서가 아니라 '내가 노력해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있는 힘껏 노력하는데 더 신경을 썼을 것이다.


내 뜻대로 안 된다고 해서 그게 꼭 내 탓이 아니라는 걸 안다. 반드시 내가 무언가 잘못해서, 혹 내 노력이 부족해서,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는 것을.

복잡한 세상사 다양하고 많은 것이 유기적으로 얽히고설켜 서로 영향을 끼치는데, 모든 원인을 나에게로 돌린다면 이야말로 나 자신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것이며 또 가혹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실패의 여러 원인 중 내가 그 하나가 될 확률을 낮추기 위해 후회 없이 전념하는 건 또 다른 일이었다.


차라리 적당 수준으로 바랐다면, 나오지도 않은 결과에 미리 겁먹지 않았을 것이다. 충실히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그리하지 못했던 것은 애석하게도 너무나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었다.













안 될 것 같았다



글을 쓰는데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하면서도 머리 한구석에선 내심 전업작가의 삶을 꿈꾸었다. 글쓰기를 사랑할수록 쑥쑥 자라난 욕심이 나를 괴롭혔지만, 지금까지 애써 가꿔온 내 삶의 궤도를 모두 버리고 달려들기엔 겁이 났다. 원하는 대로 전부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으며, 하늘의 뜻을 그저 기다리고 있기엔 애가 탔다.


원하는 걸 모두 가지겠다는 건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일 것이다. 그러나 뫼비우스의 띠처럼 생각이 돌고 돌았던 그때의 나는 명쾌한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간절함에 눈이 가려 욕심과 열망, 희망과 좌절 혹 그 무엇으로 인해 내내 혼란스러웠다.




내 글로 돈을 벌 수 있을까?





나도 유명해질 수 있을까?

글로 먹고살 수 있을까?


내 바람과 달리 안 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이 보였다. 예술이라는 분야가 가지는 불확실한 요소도 물론 당면한 상황 중 하나였지만, 그보다는 좀 더 나 개인에 관한 일이었다.

나는 자신이 없었다. 일정 시간, 일정 기간 꾸준히 글을 쓸 자신. 글쓰기 실력에 대한 자신. 글로 돈을 벌 자신. 그리고 현재 내 생활을 뒤로하고 뛰어들었음에도 성공하지 못했을 때 나를 탓하지 않을 자신.


나는 이때껏 돈이 되는 글을 써본 적도, 글쓰기를 배운 적도, 글과 관련된 그 어떤 경력도 없었다. 그런 내가 무얼 믿고 위험을 무릅쓰고 시도해야 하는가? 하고 싶다는 언제 변할지도 모를 열렬한 내 마음 하나로?


다 핑계일지도 모른다. 사실 난 그냥 안 될 거 같았다. 두려웠다. 내 눈에 안 될 것 같았다. 그런 미래가 보이는데도 여전히 욕심이 났다. 작가로서의 삶이 포기가 되지 않았다.







나의 이유



고민할 만큼 고민하고 지칠 만큼 생각했다. 그럼에도 줄곧 포기가 되지 않아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있다. 두려움에 겹겹이 덮여 정체를 알지 못했던 바람을 나는 뒤늦게 인정했다.

나는 작가로 살고 싶었다. 이전에 도통 알 수 없었던 머릿속 수수께끼가 지금 와선 이토록 쉽게 읽힌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작가의 삶을 살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



끈질기게 놓지 못했던 욕망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작가로 성공하는 것을 내가 원하나? 정말? 언제부터 그랬던가?

당연히 흥행도 하고 돈도 많이 벌면 좋을 것이다. (2차 창작까지 되고, 원 소스 멀티 유즈가 되면 금상첨화겠지) 온 힘을 다해 죽을 듯이 하면 혹 될까 싶기도 하다. 성공하면 그 누가 좋지 않겠는가.


그러나 무엇보다 내가 가장 바랐던 것은 글을 쓰는 생활을 지속하는 것이었다. 진실로 내가 작가로서 성공하길 바랐던 까닭은 하루 종일 글만 쓸 수 있는 환경을 원했기 때문이다.












욕심이었다



일을 하면 일하는 시간 동안은 글을 쓰지 못한다. 단순히 근로시간만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을 전부 글쓰기에 할애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했다. 사람에겐 쉴 시간이 필요했고, 무시하고 진행하면 체력적으로 힘이 들어 집중력이 떨어졌다. 글을 쓸 시간과 에너지 둘 다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나는 더 오래도록 긴 시간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 작가의 삶을 바라게 됐다.


그러나 전업작가가 되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글을 쓰며 보내려면 따로 돈 들어올 믿을만한 구석이 있거나, 글이 돈이 되어야 한다. 나에겐 노동 수익 외에 다른 금전적인 수익이 없었으니, 이런 상황에서 생업에 드는 시간마저 글을 쓰고 싶다면 그것이야말로 내 욕심일 터였다.


간절함의 탈을 쓴 욕심을 버리고 나니 결론은 단출했다. 일해야지 어쩌겠는가? 땅 파먹고 살 순 없었다. 아무리 하고 싶은 일이라도 당장 불가능하다면 현실에 맞춰 살아야 했다. 일하고 남는 시간에 글을 써야지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








다행이야



다만, 작가로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일차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인 걸 알게 된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내가 바라는 구체적인 활동은 글을 쓰는 것이기에 하늘의 뜻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늘의 뜻에 기댈 것 없이 사람의 의지만으로 원하는 바를 충족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내가 가장 바라는 일이 내 손에 달려있다는 현실이 감사했다. 내가 원하는 만큼 하루 내내 긴 시간을 글을 쓰며 보내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나는 글을 쓸 수 있고, 인간의 일로 만족할 수 있는 운 좋은 사람이었다. 적어도 내 손으로 원하는 것 하나 정도는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노력할 거다.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되지 않는 세상이지만 시도할 것이다. 시작도 않는 행동은 하지 않을 거다. 이후의 일은 하늘의 뜻이 나를 따르거나 따르지 않거나 고작 둘 중 하나일 뿐이었다.


될까 안될까 고민하며 내 손을 떠난 일에 시간을 쏟기보다 내 손끝에서 이루어질 확실한 사항에 집중하기로 했다.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웠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데 집중할 마음이었다.

가늘고 뾰족하게 한 곳만 노린다. 나는 글을 쓸 것이다. 일차적으로 만족하지만, 전업작가를 꿈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혹시나 전업작가가 되면 좋겠지. 그러나 이제는 아니어도 좋다. 전업작가가 되지 못해도,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여전히 나는 내가 쓰고자 하는 것을 쓸 수 있다. 너무나 간절히 원했던 건 사실 이것이었다. 작가로 성공하는 건 하늘의 허락이 필요한 일이나, 글쓰기는 사람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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