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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원 Nov 05. 2024

영알못 할머니의 미국 두 달 살기

14. 빛의 축제 ‘디왈리', 인도여 다시 한번

얼마 전 YMCA에서 인도 댄스 단디야(DANDIYA) 특별 수업을 마치고 고마움의 표시로 선생님에게 한국에서 가져간 화장품을 선물했다. 작은 선물이지만 기쁘게 받아줘서 고마웠는데 지난주 수업을 마치고 자기도 나에게 뭔가를 주고 싶다며 인도 음식을 좋아하느냐고 묻는다.

항아리 이고 걷기

9년 전 인도를 여행했던 기억을 더듬어 그때 먹었던 인도 음식이 대단히 인상적이었고 맛도 있었다고 말했더니 얼마 후면 디왈리라는 인도의 큰 축제 기간이라서 음식을 준비하는데 우리에게도 자신들의 음식 나누고 싶다고 했다.


나에게디왈리 축제에 대한 추억이 있다. 9년 전 11월 중순 경 여행을 위해 인도에 입국 했는데 마침 디왈리 축제가 끝나는 날이라 공항에서 내리면서부터 온통 화약냄새가 진동하고 도로에서도 앞이 안 보일 정도로 화약연기가 자욱했다. 늦은 밤까지 길거리는 온통 결혼식 행열로 넘쳐나고 수시로 폭죽이 터지는 데다가 큰 음악소리와 자동차 경적소리 등이 합쳐져서 ‘이 여행 처음부터 난관이구나' 싶었었다.

디왈리 축제에 모인 사람들

디왈리는 힌두력을 사용하기에 매년 날짜가 달라지는데 2024년 디왈리 축제날은 11월 1일. 미국의 핼러윈 바로 다음날이다. 선생님은 디왈리를 위해 준비한 몇 가지 단 음식(SWEETY)을 우리 가족에게 나누어 주었다. 손주들 학교에서도 디왈리에 대한 안내문이 왔다. 디왈리를 맞아 ‘디왈리’에 대한 공부를 하고 디왈리 때 사용하는 램프를 만드는 등 특별 수업을 진행한다는 안내다. 우리가 사는 동네에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있어서 그런지 인도사람들이 유난히 많다.

학교에서 가져온 디왈리 교재

 핼러윈을 마치자마자 상점이나 백화점은 디왈리 장식들로 옷을 갈아입는다. 그런 영향력을 가질 만큼 인도인들의 구매력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인도인들이 IT회사에 많이 근무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는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닌 듯하다.    


손주들 학교의 디왈리 장식

벨뷰의 다른 학교도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손주들이 다니는 학교는 특별히 다문화 아이들이 많다. 물론 미국 아이들이 가장 많겠지만 인도, 아랍, 중국, 일본, 카자흐스탄 등 다인종, 다문화 아이들이 함께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다. 프리스쿨에 다니는 손녀딸은 아랍어도 배운다. 영어 이름아래 아랍어 이름을 함께 쓰기도 하는데 자연스럽게 이중언어 삼중언어를 배우니 얼마나 좋은 교육 방식인가.

 

‘시애틀’은 아메리칸 원주민(인디언) 추장의 이름에서 온 지역명이라고 한다. 원래 살고 있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이곳으로 이주해 온 미국인들과 전쟁 없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추장의 이름인 시애틀로 명명하게 되었으며 당시부터 외부인, 이주민들에게 친화적인 도시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다. 그래서인지 시애틀 센터에서는 일 년에 24개의 다문화, 다인종 축제가 열린다. 소수민족이든 생소한 나라나 부족이든 상관없이 그들의 문화를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곳이다.


헤나 문신을 그려주는 소녀

그 축제의 하나가 지난주에 열린 멕시코 명절 ‘죽은 자의 날' 축제였고 이번 주에는 인도의    ‘디왈리' 축제 그리고 다음 주에는 중국 소수민족인 ‘몽족 축제'가 예정되어 있다.


디왈리 축제는 인도인들의 자부심이 담겨있었다. 화려한 인도전통복장을 한 사람들의 면면에서 자신들의 명절을 미국 시애틀에서 즐긴다는 자랑스러움도 엿보인다. 시애틀에 거주하고 있는 인도학생들의 장기자랑에는 학부모들의 환성이 이어졌고 전통음악 공연은 발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처럼 함께 어깨춤을 추는 장면도 보인다.


화려한 랑골리와 각종 장식들. 인도 전통 문학인 ‘라마야나' 스토리로 만든 조형물들과 마하바라타, 바가바드기타 등 내가 읽어 본 인도 고전 문학 책들을 판매하는 부스도 있다. 대부분 어른들과 학생들이 판매에 함께 했는데 판매에 나선 중학생쯤 보이는 아이가 베다 경전의 하나인 <바가바드기타>라는 책을 들고 열심히 설명하는 것을 보고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헤나를 그려 준 소녀

사실 나도 여러 번 읽었지만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책들을 지나니 헤나라고 써 잇는 코너에 긴 줄이 있다. 천연염색제인 헤나로 멘디라는 문신을 하는 코너다. 인도에 갔을 때 손에 멘디를 한 소녀를 보고 신비로움에 감탄을 했었는데 나에게도 멘디를 할 기회가 오다니.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앳된 소녀로부터 맨디를 받았는데 놀랍게도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닌 듯 능숙했다. 두껍고 얇은 그림의 세밀한 부분까지 쓱쓱 칠해 나가니 어느새 멘디가 완성된다. 손등 위에 작은 풀들이 자라나는 모양이 신비롭다

 

라지스탄 전통음악 연주

멘디(Mehndi)를 하고 이마에 붉은 점 빈디(Bindi)를 찍고 인도 전통의상을 입어 보니 나도 발리우드에 나오는 인도 여성이 된 듯하다. 흥겨운 구자라트 지방의 전통음악과 춤에 취해 어깨춤을 추다 보니 9년 전 인도에 갔을 때는 해보지 못했던 인도에 대한 새로운 호기심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참에 다시 한번 인도에 가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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