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제철학교 탐방가는 날

by 소금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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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도서관에서 길 위의 인문학 ‘발효보감'의 일환으로 강연과 탐방이 있었다. ‘장'과 ‘김치'에 대한 두 번의 강연을 들은 후 드디어 오늘 전북 남원으로 탐방을 가게 되었다.


방학이 되면 엄마의 개학이 시작된다는 우스갯말이 있다. 그만큼 자유롭지 못하다는 표현인데 아직 학부모인 나도 예외는 아닌지라 이날 탐방을 두고 며칠 고민을 했었다.


오전 5시 30분, 알람소리에 눈을 떴다. 도서관에 일찍 가야 하니 마음이 분주해진다. 얼른 머리를 감고 아이 반찬을 만들고 밥상을 차린다. 그러는 동안 아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는 더위로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다.


아침의 부산스러움을 뒤로 하고 출근하는 남편 차에 동승한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땀을 식히고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DJ의 나긋한 음성이 마음을 적신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기상시간은 오전 6시 59분이라고 합니다.” 그 소리에 나는 피식한다. “난 자기 아침 차린다고 매일 6시에 일어나는데.” 가자미처럼 옆눈으로 남편을 쳐다보았다.


눈을 뜨고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게 아침 시간이 흘렀다. 도서관 근처에 주차해 있는 버스에 올라타니 그제서야 부산한 마음이 가라앉는다. 얼굴은 알지만 친하지 않은 사이. 나는 오늘 그런 사람들 사이에 끼어 나들이를 떠난다. 나이들수록 혼자인 것이 점점 아무렇지 않아진다.


시원한 버스에 실려 세 시간, 도착한 남원 지리산 자락이 더위에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곳, 병풍처럼 마을을 휘감은 자리에 지리산 계절학교가 있었다. 정갈한 장독대 사이로 단정한 집 한 채. 문을 열고 들어서니 맛있는 음식 냄새가 허기를 불러왔다.


오늘 점심 메뉴는 된장덮밥, 카레 대신 발효된 우리 된장을 넣었다. 건강한 제철 재료를 듬뿍 넣고 만든 한 그릇 음식이 메마른 마음을 어루만진다. 고추장을 넣고 버무린 오이무침과 알싸한 열무김치까지 더하니 임금의 밥상이 따로 없었다.


우리는 점심을 먹고 근처에 있는 실상사를 산책하고 오후에는 고추장을 담그고 토마토김치를 만들었다. 뚝딱 고추장이라는 이름처럼, 조청에 고운 고춧가루, 메줏가루, 소금만 넣고 휘휘 저으니 금세 완성되었다. 정말 이름 그대로, 간단하지만 깊은 맛이 났다.


토마토 김치는 토마토, 부추, 양파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갖은 양념을 먼저 섞은 뒤 채소를 넣고 버무렸다. 토마토의 붉은 빛깔이 더해져 초록숲처럼 상큼한 느낌이 났다. 내 몸에 좋은 음식을 이렇게 뚝딱 만들 수 있다니, 음식은 정성보다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요리는 늘 내게 숙제였다. 만들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더해진 숙제. 오늘 지리산 제철학교 체험을 하며 음식을 할 땐 마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운 가족일수록 음식이라는 매개로 마음을 나누며, 부뚜막의 불처럼 따뜻함을 자주 되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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