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이 있으신가요?” 식물을 좋아해서 정원으로 관심이 확대된 나에게 사람들이 물었다. 그때마다 나는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론으로만 배우던 정원을 실제로 조성해보는 날이었다. “정원 일 하는 사람들은 아침 일찍 시작해요.” 느즈막히 집을 나서려던 나는 얼른 집을 나섰다.
서둘러 그곳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같이 공부하는 시민정원사인지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구조물이 설치되지 않아 작업이 늦어졌다.
드디어 구조물 주위로 알록달록한 컨테이너가 자리잡았다, 보랏빛의 아스카, 용담, 연한 분홍빛을 띤 큰꿩의 비름 등 다양한 식물들이 식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결연하게 장화를 신고 장갑을 꼈다.
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이 마음이란!
장군처럼 진두지휘하는 교수님이 서 계셨고, 지시에 따라 먼저 식물들을 배치했다. 갈색을 띠는 흙에 식물들이 제자리를 찾아 뱀처럼 똬리를 틀었다.
바위 근처에는 하늘거리는 사초와 고개를 길게 뺀 식물을 놓았다. 밋밋한 공간에 길게 뻗은 사초들이 면사포처럼 드리워졌다. 텅 빈 공간이 채워지자 정원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는 거트루드 지킬이 된 듯 호미를 들고 바닥에 쪼그려 앉아 수국 모종을 심는다. 웨딩드레스의 순백같은 꽃들이 지그재그로 자리잡는다. “이렇게만 심어도 예뻐요.” 누군가 탄성을 지르고 동조하듯 나도 살포시 미소를 짓는다.
일개미처럼 허리 한 번 펴지 않고 심다보니 어느새 정원의 반이 식물로 채워진다. 정원사는 정원의 화가라고 했던가! 캔버스에 물감으로 채색하듯 우리의 공간이 식물의 다양한 빛깔로 일렁거린다.
누군가 삽으로 땅을 파면 식물의 위치를 잡아 호미로 공간을 만든 후 식물을 넣고 흙을 덮는다. 흙을 덮은 후에는 손으로 꾹꾹 눌러준다. 그 사이 외웠던 식물 이름들이 공기 중으로 흩어진다.
보리사초 곁에 꿩의 비름이, 그 옆에 아스카가 부드러운 손길로 심겨진다. 연한 수채화 그림에 샛노란 물감으로 포인트를 주듯 가을의 전령 국화를 심으니 정원이 살아났다.
요즘 트렌드는 공원보다는 정원이다. 지금은 땅 한 평 없지만 언젠가 나도 나만의 정원을 만들고 싶다. 미래의 정원사를 꿈꾸며 오늘도 정원공부를 위해 집을 나섰다. 정원을 만드는 기쁨이 나를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언젠가 내 삶에도 작은 정원이 피어날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