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하나, 잎 하나, 화담숲에서

by 소금별


화담숲에서 배우다


도시숲 119 과정의 견학으로 경기도 광주의 화담숲을 찾았다.
아침 일찍 관광버스를 타고 출발하며, 간식 꾸러미와 따끈한 떡, 물 한 병을 받아 들었다.
간식까지 손에 쥐자 소풍을 떠나는 아이처럼 마음이 들떴다.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화담숲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다.


버스에서 내리자 “와, 공기가 벌써 다른데요.”
누군가의 말처럼 숲 특유의 시원하고 상쾌한 공기가 코끝을 간질였다.


입구에서 안내인과 인사를 나누고 본격적으로 숲길에 들어섰다.
천년화담송이 우리를 맞이했고,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화담’은 화합할 화(和), 말씀 담(談), 사랑하는 이들과 정겹게 인사를 나눈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름처럼 숲은 우리를 부드럽게 품어주었다.


먼저 자연생태관에서 민물고기를 구경하고, 이끼원으로 향했다.
이끼원에는 솔이끼와 바위고깔이끼가 부드러운 초록빛 융단처럼 펼쳐져 있었다.
부처손과 관중 같은 고사리류도 함께 자리해 고요한 생명의 세계를 이루고 있었다.
안내인은 이끼원 관리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숨기려 땅을 파고, 새가 모이를 찾느라 이끼를 뒤집어 놓아요.”
그 말을 들으니 숲의 평화로움 뒤에 숨은 작은 생명들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이끼원과 철쭉, 진달래길을 지나 탐매원으로 향했다.
탐매원에는 보랏빛 청화쑥부쟁이가 언덕을 뒤덮고 있었다.


길을 걷던 안내인이 잎 하나를 따더니 물었다.
“우리가 매일 먹는 것 중에 비슷한 잎을 생각해 보세요.”
아무도 답을 하지 못하자 안내인은 웃으며 말했다.
“이 나무는 고추나무예요. 5월이면 흰꽃이 피고 향기가 아주 좋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고추나무의 잎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숲은 늘 이렇게,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새로운 이름을 알려주었다.


자작나무숲과 양치식물원을 거니며 안내를 받으니, 수업 시간에 배웠던 내용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양치식물원에서 만난 투구꽃이 반가워 사진을 찍었다.
“잎이 박쥐를 닮았죠?”

안내인은 어느새 박쥐의 날개 같은 잎을 들어 보였다.
박쥐나무라 불린다는 이름이 신기해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그 순간의 강렬한 인상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오늘 두 시간 남짓, 안내인을 따라 화담숲을 걸었다.
하늘은 사파이어처럼 깊었고, 발아래 단풍은 고운 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붉은 줄기의 적피단풍, 한복 치마처럼 곱게 물든 콤팩투스 화살나무의 잎들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던 발길을 잠시 멈추고 숲을 걸으니, 신선이 된 듯했다.
모르는 나무의 이름을 하나씩 알아가며, 수업에서 배웠던 내용이 생생히 되살아나는 하루였다.

도시의 소음 속에서 늘 빠르게만 살던 내가, 이곳에서는 느린 템포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숲의 나무들처럼 나도 잠시 고요 속에 뿌리를 내린 듯 마음이 평온했다.
화담숲의 고요함을 떠올릴 때마다, 내 마음도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래서 많은 사람들이 나를 찾아오나 봐.’
떠나는 나에게 숲이 조용히 말을 걸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청짜보를 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