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카페에 왔다.
일요일, 고등학생 아이를 학원에 픽업해주고 책을 읽어볼 생각이었다.
커피를 앞에 두고 올해 출간된 책을 펼쳤다.
<쌈리의 뼈> 라는 추리소설로 이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몰입하려던 찰나였다.
“자기야, 저거 포르쉐.”
건너편에서 커피를 마시던 남편이 밖을 보면서 말했다.
이어서 푸조, BMW, 벤츠 등 외제차 이름이 남편의 입에서 실타래가 풀리듯 술술 나왔다.
고개를 드니 주차장으로 외제차 로고가 반짝이는 차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돈 있고, 여유있으니 차 마시러 오나봐.”
내 입에서 두꺼비처럼 빈정어린 말이 튀어 나온다.
그러다 문득 ‘나도 차 마시러 왔는데!’ 싶어서 아차 싶었다.
“저 차 멋있지? 링컨이야. 저 사람은 뭐하는 사람일까?”
남편이 부러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말을 했다.
주차장을 빠져 나가는 링컨 자동차의 후미가 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였다.
“여기서는 백 억 정도는 부자도 아니래.”
그 가늠할 수 없는 숫자 앞에서 내 마음이 털썩한다.
내 두 발로 디딜 땅 한평 없다는 사실이 이 주말, 자괴감을 몰고 왔다.
“푸조 나가네.”
남편의 눈에 또 외제차가 보였는지 밖을 쳐다보며 말을 했다.
창 밖으로 세월만 흐르는 것이 아니라 부에 대한 연민도 흘렀다.
그 마음을 아는지 늦가을을 머금은 나뭇잎들이 후드득 떨어지고 있었다.
달달한 케이크 한 조각, 쓰디쓴 아메리카 한 모금을 마셨다.
줄기차게 들어오던 외제차의 행렬이 멈추고, 덮어두었던 <쌈리의 뼈>를 읽어야 겠다는 생각에 책을 집어 들었다.
개발의 물결을 타고 농사를 짓던 땅 위에 아파트들이 들어섰다.
땅을 일구던 농부는 부자가 되었고 눈에 띄지 않던 외제차가 부쩍 늘었다.
조용하던 도시로 사람들이 밀려든다.
부를 실감할 수 있는 이곳에서 소시민들이 살아간다.
가끔 현실의 괴리가 좌절감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모두 부를 쫓아가면서 살아갈 수는 없겠지.
안분지족이라고 했던가!
진정한 행복이란 많이 가짐에 있지 않고 만족하는 데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마음을 다독이는데 벤츠 한 대가 또 주차장을 빠져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