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지역에서 실시하는 버스평가원이 되었다. 평소에 버스를 많이 타는지라 내가 타는 버스를 평가한다는 것이 의미있게 다가와서 지원했던 것이다.
작년에 이어서 2년째 버스평가를 하고 있는데 연중 4번 정도 하는 일이다. 이번에 배정된 버스 노선은 외곽지역이었다. 배차 간격이 길어서 며칠 동안 낯선 곳에 가서 길을 헤맸다.
오늘 간 곳은 ㅇ자로 시작하는 작은 마을, 시골같은 곳이지만 집에서 차로 가면 10분 거리다. 인터넷으로 버스 노선을 검색했지만 낯선 지역이라 감이 오질 않았다. 일단 집을 나서자며 신발끈을 조였다.
버스 배차 간격이 길어 네이버 지도로 노선을 확인했지만 여전히 감이 오지 않았다. 결국 버스회사로 전화를 걸어 정류장 번호와 노선위치를 들으니 머릿속에 지도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시간을 기다리다 드디어 버스를 탔다. “어디 가세요?” 그 버스는 순환버스라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오는 버스였다. 나는 얼버무리며 그냥 탔다고 했다. 버스 기사 아저씨가 이것저것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달리던 버스가 어느 마을로 들어섰다. “여기서 30분에 출발할게요.” 버스에 승객이라곤 달랑 나 뿐이었다. “이 버스를 타는 승객이 별로 없나봐요?” 내 질문에 기사분은 할머니들이 많이 타신다고 했다. 할머니들은 버스 시간표를 잘 알고 계신다는 말도 덧붙였다.
30분이 되자 버스는 출발했고 창 밖으로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이 펼쳐졌다. 자동차를 타고 오가던 낯익은 풍경이 스쳐갔다. 언젠가 갔었던 대형카페도 시야에 들어왔다. ‘아. 그곳이 여기였구나!’ 지도에서 떠돌던 지명들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버스는 돌고 돌아 다시 처음의 자리로 돌아갔다. 내리면서 감사합니다 말하니 기사님이 좋은 하루 보내라는 인사를 건넸다.
버스를 타면 세상이 느리게 움직인다. 자동차를 타면 모든 것이 쌩쌩 지나가지만 버스에서는 풍경이 온전히 나만의 것이 된다. 버스평가는 그냥 지나쳐 버리는 것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평범한 일상이 특별한 여행이 되는 순간, 그것이 버스의 마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