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책읽는 여자야

by 소금별
a35b11da-be75-4e52-a1ad-415dce078145.png



나 책읽는 여자야


버스를 탔다. 자리에 앉아 습관처럼 휴대폰을 만진다. 경기도지식에 들어가서 신청할만한 강의가 있나 찾아보고, 도서관 사이트도 방문해본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앞쪽을 쳐다보니 모두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동영상을 보고 있는 젊은 여자는 스크롤을 내리며 댓글을 읽어보고 있다. 나랑 똑같구나.


도착지까지는 아직 한참을 가야한다. 창밖으로 늦가을을 품은 풍경이 흐르는데 난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책을 읽어야지. 에코백에서 챙겨온 책 한권을 꺼낸다. 책표지가 깨끗하다. 작가의 이력을 차근차근 읽는다. 아몬드, 창비청소년문학상 글자가 시야를 스쳐간다. 나에겐 꿈의 이야기 하지만 나도 그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책을 읽지 않는 버스 안, 이방인처럼 혼자 외떨어져 책을 읽는다. 어느 영화에서 영화배우 김혜수는 이렇게 말했다. 나, 이대 나온 여자야. 그럼 나는, 책 읽는 여자야 라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작가의 문장들이 느슨해진 뇌리를 훑고 지나간다. 새삼 문장력에 감탄하며 올해 74권의 책을 읽은 내 문장을 떠올린다. 천 권을 읽으면 글이 술술 써지고 작가가 될 수 있다고 했던 한 작가가 떠오른다


책을 열심히 읽어도 한 해 백권을 채우지 못하는 나, 올해 100권은 넘을 수 있으려나. 작가의 문장에 빠져들며 제자리 걸음인 내 글밭을 떠올린다.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출발만 있을 뿐 목적지가 없었다. 글도, 그림도 흐른 시간 속에서 무르익은 열매를 맺지 못했다. 내 길은 얼마쯤 더 가야할까.


이제 책 속의 문장이 접히고, 띵동하며 정류장을 안내하는 소리와 버스의 삐걱거리는 소음만이 울려 퍼진다.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내 글도 언젠가는 목적지에 닿기를 바라며 나, 책 읽는 여자야 고개를 들어본다.

작가의 이전글버스의 신기한 마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