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지기까지, 엄마도 긴 시간이 필요했다

by 소금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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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지기까지, 엄마도 긴 시간이 필요했다




아이들을 키우며 지나온 시간, 벌써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막 입학했을 무렵부터 지금까지,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공부하면서 하루라는 시간을 천천히 쌓아왔다.


초등 시절에는 학원을 거의 보내지 않았고, 대신 집에서 문제집을 풀게 했다.

수학문제집으로 개념을 익히고, 독서를 하면서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들였다.

요즘 말로 하면 ‘홈스쿨링’이라는 이름을 가진 생활이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그렇게 초등 시절을 지나 중학생이 되었고, 드디어 아이들에게 사춘기가 찾아왔다.

호환마마보다 더 무섭다는 사춘기. 정말, 말로만 듣던 그 시기 앞에서 한때 방황하기도 했었다.


아이의 눈빛이 달라지고, 말투가 달라지고, 내가 하는 말이 갑자기 벽처럼 느껴지던 때.

문을 쾅 닫는 소리, 시험 기간마다 이어지던 작은 말다툼들.

아이의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내 마음도 쌓다가 무너지는 벽돌처럼 무너져 내렸다.


때로는 밤에 몰래 울기도 했고, 아침이면 부은 눈을 감추느라 괜찮은 척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그 시간을 지나며 어느 순간 ‘아, 이건 엄마 마음만으로는 안 되는구나.’라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그 무렵부터 아이들보다 나에게 조금 더 시간을 주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향한 아쉬움이 남을 때면 엽서 같은 작은 종이에 마음을 차곡차곡 적었다.


힘들면 내려놔도 돼.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길게 보면 아무 것도 아니야.

너무 혼자 애쓰지 말아요.

누구나 자기만의 때가 있어요.


신기하게도, 그 문장들이 오히려 내 마음을 붙잡아주었다.

누군가 위로해주지 못했던 마음을 적어둔 글귀들이 대신 안아주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화를 내기보다 “너의 마음은 어때?”라고 물어볼 수 있는 여유가

나에게도 필요하다는 것을.

그래서 가끔 아이들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학교… 힘들지는 않아?”

“요즘 뭐가 제일 스트레스야?”


사춘기와 갱년기가 싸우면 갱년기가 이긴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살아보니 부모는 결국 아이를 이길 수 없었다.

아이를 이기는 게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지금 이 시점에 서 있는 나는, 예전만큼 힘들지는 않다.

아직 완전히 괜찮지는 않지만 많은 걸 내려 놓았고,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괜찮아, 괜찮아. 이제는 정말 괜찮아.

이 문장이 나에게도 결국 닿을 줄은 몰랐다.

큰 아이도, 작은 아이도 아직 갈 길이 멀고

나 역시 엄마로서 해야 할 고민들은 남아 있지만

이제는 모든 걸 꽉 쥐고 버티기보다는 조금 더 느긋하게 걸어가보려 한다.


사춘기 아이와 부딪히며 지쳐 있는 엄마가 계신다면

부디 너무 혼자 애쓰지 마세요.

길게 보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닐 날이 올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오늘을 버틴 자신을 따뜻하게 토닥여주세요. 오늘도 수고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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