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이라고 생각했던 계절이 어느새 겨울로 바뀌었다.
베란다에 두었던 식물들을 거실로 들여놓았다.
때를 놓쳤는지 잎들이 예사롭지 않았다.
살펴보니 이미 냉해를 입어 초록잎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안쓰러운 마음 사이로 뒤숭숭한 기분이 겹쳐 흘렀다.
‘조금만 더 일찍 들여놨다면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떨어지지는 않았을 텐데.’
늦음에 대한 후회가 마음속에서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고등학생인 큰 아이의 시험기간,
작은 아이의 고입 원서 접수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여러 마음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었다.
모두 내가 대신해줄 수 없는 일.
‘지금쯤 시험을 치르고 있겠지?’,
‘집에 오면 점수를 묻기보다 한 번 안아줘야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침 시간을 보냈다.
고요한 집에는 시계의 똑딱이는 소리만이 정적을 깨고 있었다.
바다 위를 떠도는 작은 돛단배처럼 마음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조금이라도 가라앉히고 싶어서 잔잔한 음악을 틀었다.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멜로디에 시계 초침 소리가 합주를 하고 있다.
따끈한 유자차를 마시며 음악이 이끄는 조용한 곳으로 마음이 자꾸만 떠다녔다.
컴퓨터 화면에 띄워진 흰 눈이 쌓인 고요한 그곳으로.
냉해로 입을 떨군 식물도,
아이가 선택한 학교도
결국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마음은 그것을 쉽게 놓지 못했다.
잘난 손가락보다 아픈 손가락에 더 신경이 쓰인다고 했던가.
그래서인지 나는 얼어버린 잎을 매달고 있는 식물들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내 마음 한 자락도 그 잎처럼 얼어붙어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