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서니 새소리가 들렸다. 토스트를 사려고 길을 나서던 참이었다.
그런 나를 반긴 것은 분주하게 날아다니는 새들이었다.
낮에는 숨바꼭질하듯 보이지 않던 새들이 하루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뾰로록” 새들의 청량한 합창소리가 내 귀를 즐겁게 두드렸다.
“무슨 새지?”
걷다가 궁금증에 고개를 드니 조그만 박새 떼가 보였다.
그 작은 새들은 창공을 가르며 미끄러지듯 날아다녔다.
그 모습에 대비되듯 올곧게 뻗은 소나무 가지에 까치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며칠 전, 매서운 추위에 부랴부랴 잎을 떨군 앙상한 가지 사이로 빈둥지가 보였다.
‘무엇이든 비워져야 보이는구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겨울이 그런 계절이지 않을까 생각하니 내 인생의 겨울이 수채화 물감처럼 번져나갔다.
새들에 이어 내 시선을 잡은 것은 아파트 정원에 유난히 붉은빛을 드리운 열매였다.
“뭐지?”
내 궁금증은 새를 넘어 나무에게로 자연스럽게 넘어갔고,
자세히 살펴보니 그것은 산수유 열매였다.
지나간 가을, 단풍 든 잎에 숨어있던 열매가 잎이 져버리자 그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루비처럼 붉은빛이 앙상한 겨울정원을 배경으로 반짝이고 있었고,
겨울을 살리는 색이 도드라져 아름다웠다.
이어서 내 시선이 옮겨간 곳은 잎이 지고 검은 몸을 부끄럽게 내비친 팽나무였다.
누군가는 화려한 봄정원보다 겨울정원을 좋아한다고 했다지.
크리스마스를 반기듯 전구줄을 매단 가지들이 쓸쓸해 보였다.
여름 신록에 한들거리던 그 풍성한 잎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 계절을 보내고 겨울 앞에 마주 서있다.
그 겨울의 초입에서 내 인생의 겨울을 떠올리는 아침이다.
새들은 아침 일찍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고,
그 움직임을 따라 내 안의 내가 조용히 깨어나는 겨울아침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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