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바닐라슈패너 할게.”
슈패너가 뭔지도 모르면서 앞사람이 시키니 덩달아 따라서 주문을 한다.
남편은 오늘도 도전 없이 아주 무난한 청포도 에이드를 시킨다.
사람들로 북적대는 장소에서 빵 쟁반을 들고 어디에 앉을지 잠시 고민한다.
시외버스 터미널처럼 드넓은 카페에서 우리는 잠시 부표처럼 이리저리 떠다닌다.
남편이 빨간 테이블과 의자가 눈길에 닿았는지 성큼성큼 걸어간다.
의자에 앉고 보니 카페 풍경이 그제야 눈에 들어온다.
저쪽에는 바깥풍경을 배경으로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서있고,
전구가 밤하늘에 떠있는 촘촘한 별처럼 깜박인다.
곳곳에 자리한 조화나무에 알록달록 오너먼트가 줄줄이 매달려 연말 분위기를 자아낸다.
빨간 탁자 위 호출벨이 띠리링 진동소리를 낸다.
이어서 빨강과 대조를 이루며 초록의 영롱한 청포도에이드가 탁자에 놓인다.
내 앞에 놓인 바닐라슈패너의 모습이 수상하다.
유리잔에 든 커피가 크림을 머금었다.
한 모금을 마시니 달콤함이 입 안을 감싸고, 두 모금을 마시니 커피의 알싸함이 느껴진다.
“역시 요즘 세상은 돈이 있어야 해.”
카페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남편이 말한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니 삼삼오오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주변을 둘러보면서 여유를 즐기라.”
옆 벽면에 걸린 액자의 영어 문구를 남편이 소리 내어 읽는다.
슬로, 슬로, 슬로.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메아리처럼 귓가를 울린다.
돈과 이웃, 모든 사람들의 안녕을 바라며.
며칠 전 읽은 김애란의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를 읽으며
감정이 촘촘히 박힌 문장 앞에서 먹먹했다.
좋은 이웃이란 무얼까 생각했고, 남과 비교하는 나 자신이 느껴져서 씁쓸했다.
이웃과 지인과,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는 저 사람들은 모두 안녕할까.
휴일의 여유는 그동안 무심했던 이웃의 안녕을 궁금해한다.
“우리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요즘 남편은 넋두리처럼 내게 묻는다.
어느덧 노년을 생각할 시간이다.
사람들은 카페에 모여 휴일의 여유를 즐기고,
남편이 얘기한 노년의 할아버지는 어디에서 파지를 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