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을 따라서 걷는데 오리들이 물 위에 둥둥 떠있었다.
따스한 햇살을 받은 오리들은 행복해 보였다.
둘둘 혹은 둘셋씩 모여서 바쁘게 자맥질을 하는 오리들이 문득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보다 기온이 떨어졌다는 소식에 빨간 후드티 모자를 푹 뒤집어쓰고 걸었다.
이따금 얼굴에 부딪히는 바람이 차갑게 느껴졌다.
천변에 흐드러지게 핀 갈대들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오리들은 추운 날씨도 아랑곳없이 그저 물 위를 동동 떠다니고 있었다.
오리인지 철새인지 모를 검은 새 한 마리가 목을 길게 빼고 저만치 날아올랐다.
생각 없는 발은 흐느적거리고, 눈은 자꾸만 오리에게로 향했다.
평화롭게 헤엄치는 오리를 바라보다가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연결음만 울리고 전화를 받지 않았다.
2년 전 사춘기라는 긴 터널에 들어선 아이는 아직까지 그 터널을 벗어나지 않았다.
아들과의 대화는 늘 맞지 않는 톱니처럼 어긋나기만 했다.
‘이 마음은 뭘까?’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문처럼 내 앞에 육중한 무언가가 있었다.
아이가 도망갈수록 나는 필사적으로 따라붙는다.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닫힌 문 앞에서 노크를 하고 있다.
답답한 마음이 깊은 수렁 속으로 자꾸만 가라앉는다.
지난밤, 늦게 퇴근한 남편의 얼굴에 무거운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이따금씩 들리는 한숨 소리에 그 마음이 짐작이 갔지만 마음에 무거운 돌이 얹어졌다.
나는 알면서도 모른 척할 수밖에 없었다.
추워진 날씨 탓인지 하늘은 높고 파랗다.
아무도 걷지 않는 산책로를 걷다가 또다시 하천을 바라본다.
줄 잡아서 사십여 마리는 될까 싶은 오리들이 군데군데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불행이 뭐니.’, ‘고민이 뭐니.’ 오리들은 그렇게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오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 올라왔다.
다시 태어난다면 오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는데 오늘은 오리가 부러웠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오리들.
물속에서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그저 떠있기만 할 뿐,
저 오리들에게도 힘겨움이란 것이 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고요한 산책길,
주변에는 오리와 나뿐.
어느새 내 마음은 오후의 햇살을 받고 다시 뽀송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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