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와 수호초

by 소금별



새해와 수호초


새해가 밝았다. 거실 가득 햇볕이 들어오기에 안방에 있는 식물을 베란다에 내어놓고, 창문을 열었다. 식물이 말을 못 한다고는 하지만 통풍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한 행동이었다. 베란다에는 여인초와 몬스테라, 청짜보가 자리하고 있었다.


살 것도 있고 잠시 밖에 나갈 일이 생겼는데 일기예보에서 말한 것처럼 날씨가 추웠다. 거실에 들어찬 햇살은 따뜻해서 왠지 속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볼일을 보고 총총거리며 집에 들어와 베란다로 나갔더니 수호초가 잔뜩 움츠리고 있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찬 바람에 그새 꽁꽁 얼어붙은 듯 녹색 잎이 딱딱해 얼른 안방에 들여놓았다.


수호초는 경기정원문화박람회에 갔을 때 받아온 식물이었다. 식물을 나눔 하고 있다기에 부랴부랴 갔더니 국화 종류의 꽃들은 벌써 소진이 되었고 녹색잎을 달고 있는 볼품없는 식물만 남아 있었다.


“이거 봄에 흰꽃도 피고 키우기도 쉬워요.”

실망하던 나에게 누군가 그렇게 이야기를 해주었고 그렇게 받아온 식물이 바로 수호초였다. 나중에 보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정원에 지천으로 퍼져 있었다. 존재를 알고 나니 어디를 가든 수호초가 눈에 띄었다.


다시 나갈 일이 있어서 꽁꽁 싸매고 걷는데 아파트 중앙에 얼어붙은 수호초들이 보였다. 영하로 떨어진 추위에 바싹 얼어버린 모양이었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활짝 펴져 있던 잎들이 오그라들어 있었다. 순간 베란다에서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던 수호초 모습이 떠올랐다.


집에 들어와 안방에 두었던 화분을 들고 거실 창가 어디에 두어야 할지 자리를 찾았다. 추위를 피해 들어온 식물들이 거실 한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어떻게 봄까지는 버티자며 베란다에서 들여온 식물들이었다. 겨울 추위를 정면으로 맞고 뒤늦게 들여놓은 화분도 있었다.


“이제 식물 더 이상 들이지 마.”

얼마 전, 거실에서 쉬던 남편이 창가에 있는 식물들을 보며 쓴소리를 했다. 남편 눈에는 내가 키우는 식물들이 쓸모없는 풀데기로 보이는지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알았다고 했지만 봄이 되면 몇 개 더 들이고 싶은 식물이 있다는 건 말하지 않았다.


거실을 가득 채웠던 햇빛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조용한 음악 소리가 정적을 깨고 있다. 잔뜩 오므라들어 죽은 게 아닐까 싶던 수호초 잎이 거짓말인 양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인터넷에 ‘수호초’라고 검색하니 회양목과, 상록다년초, 삽목, 정원에 까는 식물 등이 떴다.


아무 생각 없이 자고 일어났더니 한 해가 가고 새해가 밝았다. 연말이면 늘상 하던 연기대상 방송도 보지 않았고, 보신각종 타종 소리도 듣지 못했다. 이제는 가는 해가 아쉽지 않고, 오는 해도 그다지 반갑지 않았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이라는 어느 시구처럼 이제는 가고 오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수호초와 잠깐의 해프닝을 겪으며, 그렇게 또 하루가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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