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가는데 뒷자리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요즘 애들은 말을 안 들어.”
“그러게 말이야. 결혼할 때도 식장 잡아놓고 통보만 한다잖아.”
“돈이나 안 달라고 하면 다행이지.”
바로 뒤에서 연륜이 있어 보이는 두 사람이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무심히 넋을 놓고 있던 나는 그제야 현실로 돌아왔다.
성년이 되어가는 두 아들이 있는지라 내 미래의 모습 같기도 했다.
어느 날, 아들이 휴대폰을 내밀며 결혼을 통보한다.
“엄마 나 결혼해.”
그 소리에 내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아들이 내민 휴대폰에 청춘남녀가 행복하게 웃고 있다.
젊은 여자는 생전 처음 보는 얼굴이다.
아들은 웃고 있지만 내 표정은 무대 위 피에로처럼 웃지도 울지도 못한 채 살짝 일그러진다.
버스를 타고 이런 상상을 하다가 지하철로 갈아탔다.
광운대역으로 가는 1호선은 사람들로 붐볐다.
이 전철을 타야 하나 망설이다 올라섰는데 나보다 더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는 평온해 보였다.
덜커덩, 전철을 타고 세상 밖으로 나간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정해진 삶의 공간에서만 맴돌던 나는
세상을 향해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간다.
물도 흐르지 않고 고이면 썩는다.
고인 물이 되기 싫은 나는 자동차로 다니던 길을 버스로,
반경을 더 넓혀 전철을 타기 시작했다.
내 삶의 작은 반란이자 이탈이다.
길을 헤매면서 세상을 알아가고 나와 아무 상관없던 사람들을 지켜본다.
길을 나서면서 오늘도 나는 나의 세계를 조금 넓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