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앞에서, 장승업을 만나다

by 소금별


불꽃 앞에서, 장승업을 만나다


설 연휴에 찾아간 대구간송미술관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세 신선 노인이 서로 나이를 자랑하는 이야기를 담은 <삼인문년도>가 전시되고 있었다.


오원 장승업의 그림 앞에 서자 이미 여러 사람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다. 인물과 바위, 복숭아 등에 담긴 필치와 채색 앞에서, 경건해진 나는 어느새 두 손을 모았다.


며칠 후, 배우 최민식이 열연한 영화 <취화선>을 다시 보았다. 조선의 천재 화가 오원 장승업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었다. 그림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그의 삶이 영화 속에서 불꽃처럼 타올랐다.


어느 전시회에서 그의 영모화를 본 기억이 났다.

“와.” 망설임 없이 쭉쭉 뻗어나간 선들 앞에서 할 말을 잃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그날의 전율이 되살아났다. 화면 속에 그의 그림은 잠시 나타났다가 이내 사라졌다.


장승업은 미인과 술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림을 그릴 때 항상 술이 옆에 있었다.

영화 속에서도 그런 모습이 자주 등장했다.

불구덩이 속에 들어가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실제로 장승업의 마지막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산수, 영모, 화훼, 인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천재성을 보여준 그는 암울한 조선 말기를 살다 간 불꽃이었다.


민화를 배우고 있는 나는 장승업을 통해 민화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지금의 내 그림은 모작 수준이지만 그를 통해 불꽃이 일었다.

언젠가 그의 작품 <호취도>를 닮은 그림을 한 점 그려보고 싶다. 그의 그림은 내 안에 작은 꿈을 틔웠다. 오늘도 나는 붓을 든다.

작가의 이전글세상 밖으로 한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