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다 목격한 다양한 형태의 ‘사랑’
사람 구경을 좋아한다. 카페에 들어가면 곧장 창가 자리로 향한다. 만약 없다면 카페에 있는 사람들이 잘 보이는 자리에 앉는다. 택시를 타도 창문을 열고 창 밖을 바라본다. 빨간 신호에 택시가 정차하면 택시 속에 숨어 많은 사람들을 유심히 구경할 수 있는데, 그 순간이 그리도 재미있다. 산책도 좋아한다. 도시에 살면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선선한 날, 햇살이 건물 사이사이로 눈부시게 비추는 해 질 녘 동네를 걷는 일이다. 이렇게 세상과 사람을 구경하다 보면 추상적인 생각 혹은 감정 등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가끔 형태로 마주칠 수 있다.(사실 형태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주위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사랑’이다. 우리는 사랑 없이는 살아가지 못한다는 증거일까. 아무튼.
.
편의점에서 한 커플이 아이스크림 봉지를 신나게 뜯으면서 밖으로 나온다. 여자보다 살짝 앞서 걷던 남자는 발 밑에 있는 턱을 여자보다 먼저 확인했다. 남자는 신나는 표정으로 아이스크림을 까고 있었으면서도 무의식 중에 뒤따라오는 여자에게 턱을 조심하라고 말하며 여자를 잠시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아무 일 없듯이 자연스레 내 앞을 지나쳐갔다.
.
카페에서 뷰 좋은 자리에 머물다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나가고 있었다. 곧바로 다른 자리에 앉아있던 커플이 내가 앉아있던 곳으로 자리를 이동하려는 듯 보였다. 남자는 뜨거운 음료가 담겨있는 머그컵을 들고 이동하려 한다. 여자는 카페 분위기와 상황에 비해 꽤나 큰 목소리로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라고 말하며 컵을 쟁반 위에 올려둘 수 있도록 쟁반을 다급하게 비운다.
.
동네 산책을 하고 있었다. 작지만 아기자기하고 예쁜 레스토랑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예쁜 골목 앞을 지나고 있었다. 젊은 커플들이 딱 붙어 웨이팅 하거나 행복한 식사를 하고 있을 것 만 같은 분위기에 길목이었다. 그런데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산책으로 말랑말랑해진 내 심장을 덜컥 가라앉게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누군가 펑펑 우는 소리다. 조금 더 걷다 보니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한껏 예쁘게 꾸미고 나온듯한 여자가 오열을 하고 있다. “엄마.. 왜..”라며 목메어 운다.
.
내가 사랑을 마주한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