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평초 Oct 02. 2022

사랑을 마주한 순간들.

지나가다 목격한 다양한 형태의 ‘사랑’

사람 구경을 좋아한다. 카페에 들어가면 곧장 창가 자리로 향한다. 만약 없다면 카페에 있는 사람들이 잘 보이는 자리에 앉는다. 택시를 타도 창문을 열고 창 밖을 바라본다. 빨간 신호에 택시가 정차하면 택시 속에 숨어 많은 사람들을 유심히 구경할 수 있는데, 그 순간이 그리도 재미있다. 산책도 좋아한다. 도시에 살면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선선한 날, 햇살이 건물 사이사이로 눈부시게 비추는 해 질 녘 동네를 걷는 일이다. 이렇게 세상과 사람을 구경하다 보면 추상적인 생각 혹은 감정 등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가끔 형태로 마주칠 수 있다.(사실 형태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주위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사랑’이다. 우리는 사랑 없이는 살아가지 못한다는 증거일까. 아무튼.

.

편의점에서  커플이 아이스크림 봉지를 신나게 뜯으면서 밖으로 나온다. 여자보다 살짝 앞서 걷던 남자는  밑에 있는 턱을 여자보다 먼저 확인했다. 남자는 신나는 표정으로 아이스크림을 까고 으면서도 무의식 중에 뒤따라오는 여자에게 턱을 조심하라고 말하며 여자를 잠시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아무  없듯이 자연스레  앞을 지나쳐갔다.

.

카페에서 뷰 좋은 자리에 머물다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나가고 있었다. 곧바로 다른 자리에 앉아있던 커플이 내가 앉아있던 곳으로 자리를 이동하려는 듯 보였다. 남자는 뜨거운 음료가 담겨있는 머그컵을 들고 이동하려 한다. 여자는 카페 분위기와 상황에 비해 꽤나 큰 목소리로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라고 말하며 컵을 쟁반 위에 올려둘 수 있도록 쟁반을 다급하게 비운다.

.

동네 산책을 하고 있었다. 작지만 아기자기하고 예쁜 레스토랑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예쁜 골목 앞을 지나고 있었다. 젊은 커플들이 딱 붙어 웨이팅 하거나 행복한 식사를 하고 있을 것 만 같은 분위기에 길목이었다. 그런데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산책으로 말랑말랑해진 내 심장을 덜컥 가라앉게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누군가 펑펑 우는 소리다. 조금 더 걷다 보니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한껏 예쁘게 꾸미고 나온듯한 여자가 오열을 하고 있다. “엄마.. 왜..”라며  목메어 운다.

.

내가 사랑을 마주한 순간들.

작가의 이전글 당신을 사랑한다고 느끼는 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