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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티나인 Feb 10. 2024

엄마, 나 결혼할래

2.엄마, 나 오빠랑 결혼할래

세 번 째 남자는 제법 오래 만나는 것 같았다.

마마걸이 다분해 엄마가 싫어하는 남자랑은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큰애는 세 번째 남자랑 데이트만 갔다오면 시시콜콜 이야기를 해댔다.

그런데 이 남자도 조금 이상했다.

소개해준 유치원 선생님 남편의 직장 동기이자 베프인 미래의 사위는 나이차이가 (이 남자애랑도 8살) 많이 나는 큰애와의 소개팅을 부담스러워 거절하다가 직장내 유일한 노총각이 안타까웠던 주선자의 강력한 권유로 마지못해 나간 자리에서 첫눈에 큰애에게 반해 매일을 쫓아다녔다.

5시에 퇴근을 하면 7시에 퇴근하는 큰애의 직장앞에서 2시간을 차에서 기다리다가 10분이면 오는 우리집에 차로 데려다 주었다. 몇 번 하고 말겠거니 했는데 2달을 꼬박 그러고 있었다.

100일 기념일이라고 순금으로 도배된 굵은 팔찌와 귀걸이를 선물로 주었다. 그전 남자들에게는 식사값도 철저히 나눠내던 아이가 웬일인지 넙죽넙죽 잘도 받아왔다.

"엄마, 오빠가 나 처음 봤을 때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오는 거 같았대... 크하하하"

아주 좋아 죽었다. 너무 진전이 빠르니 이것도 좀 걱정이 되었다.

역시나 속물인 나는

"그 오빠 부모님은 뭐하시는 분이래? 형제는?"

"몰라.. 그런 걸 어떻게 물어봐 그건 실례야 엄마... 우리는 집안 그런거 안 물어. 사귀는 사인데 그런걸 왜 물어봐 결혼 할 것도 아닌데.."

아니... 팔찌도 받고 귀걸이도 받고, 기념일도 챙기고, 매일 매일 만나서 데이트를 하면서도 그런 걸 안물어 본다고? 요즘 애들은 그런가? 아니 그럼 그전에 사귀던 애들은?


"엄마, 오빠 한 번 만나볼래?"

"확신이 섰어?"

만난 지 8개월이 넘어 갈 쯤에 아이가 불쑥 물었다.

결혼하고 싶은 확신이 설 때까지는 데려 오지도 만나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괜히 둘이 사귀다 헤어지면

아니본만 못 할 것 같아 큰애가 사귀던 남자들을 직접 만나지는 않았다.

"응. 난 오빠 좋아."

"어디가 좋은데?"

"여러 명을 사귀어 보니까 알겠어. 이 오빠랑 있으면 나도 밝아져. 에너지가 밝아. 그 전 사귄 둘은 좀 어두웠는데 오빠는 사람이 긍정적이야. 선하고..."

"그래, 한 번 보자"


"안녕하십니까? 어머님!!"

카페로 들어가니 차렷자세로 버쩍 얼어있는 웬 덩치 큰 남자가 떡하니 버티고 서 있었다.

이건 뭐.... 그냥 농촌에서 금방 상경한 .... 시꺼멓고 뚱뚱하고 크고 말투도 완전 직장상사에게 대하는 하십니까체에 검은티, 낡은 청바지...  

아니.. 큰애야.. 너 이상향이 정해인이었잖아......

 거의 삼촌과 조카 수준이었다.

"음... 자네 부모님은 뭐하시는가? 자네가 하는 일은? 형제 자매는 어떻게 되는가?"

딸가진 유세를 떤다고 다리를 꼬고 무례할만큼 꼬치꼬치 캐물었다. 싫은 기색 없이 성심껏 얘기하는 미래 사위를 보자니 꼬장했던 마음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형편 어려운 집안에 혼자서 열심히 자기 인생 개척한 전형적인 케이스였다. 성실하고 듬직한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

"우리 애가 많이 어려서 뭘 잘 모를텐데 괜찮겠어요?"

"아닙니다. 어머니..보기에는............. "

오래 사귀어야 알 수 있는 큰애의 성격과 장단점을 굉장히 잘 알고 있었다. 아이의 단점을 장점으로 생각했다.

"우리애랑 결혼하고 싶어요?"

면접의 마지막 관문처럼 확인사살 질문을 했다.

 "예 어머님 제가...."

"엄마, 나 오빠랑 결혼할래!!!!"

미래 사위와 내가 놀라서 동시에 큰애를 쳐다 봤다.  

"진짜?"

"응!!! 오빠랑 할래!!"

사위를 쳐다보니 얼굴이 벌개져서 싱글벙글 웃느라 입을 다물질 못했다.

카페 들어올때부터 당연히 내 옆에 앉을거라 생각했는데 쪼로록 오빠놈 옆으로 가서  찰싹 들러붙어 둘이 손을 꼼지락 꼼지락 만지면서 염병첨병을 할 때부터 알아봤다. 내가 혹여 오빠놈에게 무슨 상처주는 소리 할까봐 눈에 상심지를 돋우면서 눈치를 줄 때 알아 봤다. 이놈들은 못 헤어지겠구나 ... 

둘이 눈만 마주쳐도 헤헤거리며 웃는 놈들을 보며 내 의사는 중요한 게 아니었구나.. 그냥 오빠놈을 보여주고 싶었구나... 마마걸은 뭔 개뿔

어이가 없으면서도 속으론 사실 이뻤다.  

그래.. 태어나 평생 이렇게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사람 만나기가 쉽나 ..좋을 때다  이쁠 때다


"그래.. 잘 결정해서 해.. 너희들이 잘 알아서 하겠지."

"그럼 엄마 허락한거다. 우리 결혼.."

"그래 잘 알아서 신중히 해."

"응!!"

"네!! 어머님 감사합니다."

애들의 배웅을 받으며 3시쯤 난 집으로 왔고, 그 애들은 예식장으로 달려 갔다.

"엄마, 우리 예식장 잡았어. 내년 2월 24일 !!선금 100만원 걸고 왔어!!! 잘 했지??"

이...미친.. 염병첨병.... 뭐... 이런놈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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