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기록하라
오늘은 평소 떠올랐던 생각들을 메모해 놨던 것 중에 가볍게 정리하고 싶은 글 입니다.
아파트는 한국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 입니다. 전세사기 등의 사회적 이슈는 아파트에 대한 열망을 더 크게 만든 것 같기도 합니다.
당연히 저도 아파트에 관심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그렇듯이 아파트 자체가 곧 개인의 자산이니 집값에도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몇 층 또는 어떤 위치에 있는 아파트인지에 대한 관심도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아파트는 당연히 높은 층일 수록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아주 우연히 한 번은 아파트 1층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 곳 1층에서의 삶은 의외로 아주 길어졌습니다. 그리고 더 예상할 수 없었던 것은 1층 생활 도중에 늦둥이 둘째가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저는 약 10년 동안 아파트 1층 생활의 장단점을 온 몸으로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것이 있는지 가볍게 살펴볼까요?
먼저 장점입니다. 가장 먼저 육아 부분을 이야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아파트 생활을 하다보면 아이가 커갈 수록 '집에서 뛰지 마라'는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게 됩니다. 층간소음 때문이지요. 1층은 뛰지마라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늦둥이가 유치원에 처음 입학했을 때, 선생님이 '뛰어다니면 안되요'라는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했을 때, 우리 애만 왜 뛰면 안되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니 정말 마음 편하게 아이를 키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늦둥이가 만 두 살이 되기전까지 전 세계가 코로나 열병을 앓던 시기였습니다. 1층은 엘리베이터를 탈 일이 거의 없으니(거의; 지하 주차장 갈 때를 제외하고),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을 마주칠 일이 없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육아 이외에도 몇 가지 의외의 장점들이 있는데,
* 집안에 재활용이나 쓰레기가 쌓일 일이 없다는 점도 좋은 점입니다.(1층에 있다보니 현관문만 나가면 분리수거장입니다. 재활용이나 음식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매번 엘리베이터를 기다리지 않다도 된다는 점은 그 만큼 자주 쓰레기들을 정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집에 쓰레기가 쌓이지 않는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 집앞이 마당이고 정원 입니다. 저희 집 같은 경우, 집 앞에 주차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 공간 자체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넓은 공터 같은 공간이 됩니다. 그리고 집 안에서 아이들의 뛰어노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00아~ 밥 먹으러 와'와 같은 정겨운 옛모습 연출도 가능? 뿐만 아니라 계절별로 다양한 꽃과 나무를 눈 앞에서 바로 볼 수 있다는 점도 상당한 장점이 됩니다.(매년 봄이 되면 집 앞 목련 나무의 커다른 흰 색 꽃망울이 장관을 이룹니다.)
* 의외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엄청 큰 장점입니다. 고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아파트들이 아마도 제법 있을 것 입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것이 바쁜 현대에는 의외의 스트레스 요인인데 반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점이 주는 장점이 제법 있습니다.(1층은 언제든지 나가고 싶을 때 나가고 들어오고 싶을 때 기다리지 않고 들어올 수 있습니다.)
* 여름철이 되면 비내리는 날, 빗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있네요. 시원하고 청량합니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게 마련 입니다.
* 1층은 항상 외부 시선이 신경 쓰입니다.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커튼을 쳐두는 날이 많습니다. 특히, 저녁 시간대는 반드시 쳐두는 편이죠. 여름철 같은 경우에는 열어둔 창문 밖으로 외부 사람들의 말소리 같은 약한(?) 소음이 들릴 대도 있습니다.
* 1층에도 2층의 층간소음이 있다는 점에서 층간소음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다행히 우리가 원인 제공자는 아니라는 점에서 자유로운 부분은 있습니다.
* 아파트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상 주차장이 있는 경우에는 소음이나 매연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요즘 아파트들은 지상에 주차장을 만들지 않는 추세이니 이 부분은 케바케(case by case)일 것 같습니다.
* 1층, 2층과 같이 저층 자체를 그냥 무조건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집을 팔 때 매수자의 범위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육아 등의 이유로 1층만 찾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요.
* 여름철 벌레 노출빈도가 높아집니다. 이 부분도 관리하기 나름이긴 한데, 살아본 결과 어쨌든 벌레가 많이 꼬이는 것 같기는 합니다.
* 조망이 없고 때로는 앞 동과의 거리에 따라 해 들어오는 시간이 짧을 수 있습니다. 저층이니 조망이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조망도 생각하기 나름인 것이 집에서 밖을 조망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매일 똑같은 풍경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해 들어오는 시간이 짧다는 부분은 냉난방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분명 단점인 것은 확실합니다.
이렇게 정리를 하고 보니, 1층 생활의 장단점이 조금 더 분명해 지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장단점에도 불구하고 10년간 생활했던 결과를 놓고 이야기 하자면 만족도가 상당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가장 큰 만족도는 '육아'에서 오는 만족도
* 두 번째 큰 만족도는 단점(외부 시선, 조망, 소음이나 매연, 해 시간)에도 불구하고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이런 단점이 '어느 정도 상쇄'되는 점이 있다는 부분(육아 하느라 외부 시선이나 조망에 신경쓸 겨를이 없음. 다행히 지상 주차가 불가능한 아파트)
이제 저희는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늦둥이 둘째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고 큰 애는 곧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어 지금 사는 집이 조금은 좁아진 부분도 있기 때문입니다.
* 이렇게 10년간 한 아파트에서 생활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1층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은 더 믿기지가 않습니다.(저희는 1층 아파트에 살기 전까지 이사를 자주 다녔던 편이랍니다)
한 번쯤 살아볼만 한 곳, 아파트 1층!!!
* 1층이라서 고민되는 분이 계시다면, 과감히 한 번 살아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feat. 얼마전 유튜브에서 사람은 고층생활보다 저층 생활이 건강에 더 좋다는 이야기를 본 기억이 나기도 합니다.
이사를 가기 전에 한 번은 10년을 살았던 아파트 1층 생활에 대해 정리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뻔한 이야기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10년을 이 아파트에서 살았다는 점과 그 동안 새식구가 늘었다는 점은 의의로 뿌듯한 감정을 남기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