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 좀 해본 심리학자
앞에서 '나는 나를 기록한다'라는 주제에 대해 간단히 정리를 해봤습니다.
이어서 이번에는 '영어'에 대해 한 번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말씀드렸듯이 제가 쓰고 싶은 책의 몇 가지 주제들을 하나씩 정리해 보고 있습니다. 이 주제들을 하나로 묶을 책의 가제목을 살짝 이야기 하자면 이 글의 (소제목처럼) '회사생활 좀 해본 심리학자' 입니다.
* 참고로 대부분의 심리학 전문가들이 교수, 연구 등의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것과 다르게 저는 직장생활 좀 해 본 심리학자 입니다~
* 나를 기록하는 것 역시, 직장생활 하다보면 조직 속에서 잊어버린 나를 찾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죠?
* 이외에도 직장생활 속에 경험하는 다양한 것들이 심리학과 연관되는 것이 상당히 많습니다. 꼭 산업및조직심리학이라는 너무 전문적인(인사, 조직, 인적자원관리 등) 영역이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 브런치 스토리에서는 순서를 정하지 않고 떠오르는대로 주제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물론 제가 쓰고 싶은 글부터 정리하는 거예요~^^;)
영어는 완전히 심리적이다!
직장생활 중에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심리학적 주제들 중에 이번에 정리할 내용은 '영어'에 대한 것입니다. 직장생활 하다보면 한 번즘은 영어를 '꼭' 해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오랫동안 준비해왔던(한국의 정규 교과 과정을 거쳤다면 아마 최소 10년 이상은 영어공부를 했오셨겠죠?) 영어가 막상 잘 되지 않아 애를 먹었던 경험들이 있을 것 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해외 연구자와 함께 공동연구를 추진해야 했던 경험, 해외 파견을 나가야 했던 경험, 또는 해외 학술대회에서 발표를 해야 했던 경험, 이런 경험들의 공통점은 영어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만약 영어를 하고 싶다면, 이것을 꼭 해야 하는 강력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
영어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 중에 반드시 언급하는 내용입니다. 맞는 말 입니다. 한국에서 한국어로 편하게 생활하는 일상 속에서 (하고 싶을 때 편하게 하는)영어공부만으로 영어는 절대 늘지 않습니다. 그 동안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해왔던 시험용 영어공부가 실전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저의 경험들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영어를 해야만 하는 강력한 동기를 만들어 줍니다. 물론 직장생활 중에 주어지는 저런 상황들은 외적 동기 부여에 해당되는 것들이겠죠?
* (내적 동기) 본인 스스로가 어떤 행동을 해야 겠다는 강한 자기 욕구를 만들어내는 것(예를 들어, 영어공부 그 자체가 자신에게 상당한 의미와 즐거움을 부여, 계속 되는 영어공부를 하고 싶은 동기를 생산)
* (외적 동기) 보상, 처벌과 같은 외부 상황이 행동을 유발하는 것(예를 들어, 회사에서 영어를 잘 하면 승진과 같은 보상이 주어진다면 이것은 외적 동기에 해당)
저는 앞의 상황 속에 영어를 공부해야만 했고, 해외 연구자와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해외 학술대회에서 발표를 하는 등의 과정에서 느낀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영어는 '완전히 심리학적 영역'이라는 점입니다. 영어 뿐만 아니라 제2외국어, 즉 성인이 되어 새롭게 학습하는 언어의 공통점이기도 할 것 입니다. 만약 심리학 전공이 있는 대학에 인지/지각 전공 교수님이 있다면, 수업 과정 중에 '언어 심리학'이 있는 대학이 있을 것 입니다. 저의 학부시절에도 이 과목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언어 심리학이라는 전공이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전공 제목처럼 '언어, 그 자체가 인간의 심리를 반영한 총체'이기 때문입니다.
* 간단한 사례를 보자면, 우리의 감정,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뭘까요? 맞습니다. '말(언어)'입니다.
* 외국어를 할 때, 목소리가 바뀌는 사람이 있습니다(한 번 주위를 살펴보거나, 본인 스스로도 생각해 보세요). 또는 외국어를 할 때 준비했던 것과 다르게 스트레스 때문에 말이 나오지 않는 경험은 누구나 해보았을 것입니다.
* 언어 그 자체가 심리적이기도 하지만, 내외적인 여러 상황은 말을 하는데 엄청난 심리적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영어를 하게 되면 자신의 세계관이 확장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이 세계관의 확장이 주는 장점들은 엄청나죠. 물론 어떤 사람들은 구글, 파파고가 번역을 해주고 AI가 실시간으로 통역을 해주는 시대에 굳이 힘들게 영어를 배워야 할까 라는 의문점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이런 번역/통역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인간의 검증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하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잘 아시겠지만 AI 통역이 현실에서 완벽히 적용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성인이 되어 영어를 말하기 어려운 몇 가지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 (첫째) 영어를 공부했지만, 긴장이 되어 말을 못하는 경우(심리적 스트레스)
- (둘째) 하고 싶은 말을 머리속에서 영어로 재구성하다가 꼬여서 말이 안 나오는 경우(인지적 재구성 과정 오류)
- (셋째) 말은 구성이 되는데, 적절한 영어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말이 막히는 경우(한국어-영어 단어 정보 매칭 오류)
위 사례들의 전제 조건은 '한국어-(머릿속)번역과정-영어'가 있다는 것입니다. 영어 전문가들은 중간과정인 '머릿속 번역' 과정 없이 영어식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수준을 많이 강조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이미 뼈속까지 한국인인 우리들에게 이런 수준은 쉽지 않습니다. 만약 어릴 때부터 영어 환경에 노출되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자란 성인이라는 전제하에 보자면 위 사례들이 영어를 말할 때 경험하는 대표적인 문제 사례들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저의 개인적인 경험이기도 합니다.
첫 번째 사례인 영어로 말을 해야 하는 상황 그 자체가 너무 긴장이 되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외국인과 대면하는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사람들, 영어로 말을 해야 하는 순간만 되면 긴장해서 갑자기 목소리가 바뀌고, 목소리가 떨리는 사람들. 또 어떤 사람들은 전형적인 스트레스 반응(투쟁도피 반응)으로 몇 일전부터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긴장감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사례는 대다수의 성인들이 한국어 기반으로 영어를 말하려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문제들입니다. 사실 우리는 머릿 속에서 한국어를 먼저 생각하고 그것을 영어로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영어가 막힙니다.
* 간단한 문장이지만, 말을 해야 하는 적절한 타이밍에 영어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말을 하지 못합니다.
* 단어들은 대충 알지만, 이것을 영어식 문법으로 재구성하다가 말이 꼬입니다. 1형식, 2형식이라 부르는 간단한 문법들로 문장을 여러개 쪼개서 말을 한다면 그나마 가능하지만, 3형식 이상의 문법들, 흔히들 아는 who, which, what, how 등으로 구성된 복합 문장을 생각하다 보면 '꾸미는 말'들을 이야기 하는 도중에 정작 말해야 하는 본 내용이 꼬이는 식입니다.
외국어에 대한 심리적 스트레스, 그리고 외국어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인지오류들입니다. 평범한 한국인들이라면 영어식 사고 과정 그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더 편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인정하고 외국어 학습의 과정에서 몇 가지 심리학적 원리들을 생각해보면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어떤 심리적 원리들로 외국어 학습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해 한 번 정리해보겠습니다.
글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언어는 완전히 심리적입니다. 그리고 이 글의 전제 조건은 우리는 한국에서 평범하게 자란, 한국어로 생각하고, 한국어로만 이야기 해 온 성인이라는 것입니다. 영어식 사고를 통해 '한국어-> (바로)영어'의 방법이 쉽게 통하지 않는 것이 대다수의 일반인들입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영어환경에 노출 시키려는 부모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 부분 역시 할말이 많지만, 또 다른 내용이니 일단 차치하고 다음 글에서는 외국어 학습에 어떤 심리학적 원리들이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