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기록하는 것의 의미
브런치스토리를 통해 아저씨 작가가 앞으로 쓰고 싶은 책의 몇 가지를 주제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앞에서는 요즘 들어 가장 재미를 느끼고 있는 취미인 ‘수영’에 대한 글을 간단히 실었는데 (사실 수영은 작년에 책을 한 권 냈답니다^^;), 이번 주제는 기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말이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있다. 그 방식을 궂이 다른 사람에게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어쨌든 각자의 그 방식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창 30대 중반이던 어느 날 나는 갑자기 그렇게 오랜 시간을 살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나온 삶의 장면들의 기억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한 달 전 내가 무엇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한 달이 무엇인가, 심지어 일주일 전에 무엇을 했는지 조차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한 번 떠올려 보시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때 당시 나는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한창 심리학 박사 학위를 준비하고 있을 때였데, 여러가지 심리학적 고민이 많았던 시기라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결국, 기록과 기억에 대한 생각이었다.
우리의 기억은 결코 정확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상당히 부정확한 편이다.
기억은 심리적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 중의 하나이다. 기분 좋고 긍정적인 기억들은 그 때의 사실보다 더 좋고 더 오랫동안 기억하려고 한다. 기분이 안 좋고, 부정적인 기억들은 그 때의 사실보다 축소해서 또는 더 왜곡해서 기억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기억은 구성적(constructive) 특징이 있다고 한다. 아마도 다들 한 번쯤은 옛시절을 함께 보냈던 친구들과 같은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서로의 기억이 다른 경험을 한 번쯤 해 보았을 것이다. 당시 심리적 상황에 따라 각자의 기억이 다시 재구성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앞에서 말한 것처럼 지나간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데 우리는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서이다. 만약 사진 또는 글(요즘에는 문자, SNS 대화 등이 해당될 것이다)처럼 그때의 장면과 상황에 대한 힌트가 있다면, 의외로 우리의 기억은 쉽게 떠오른다. 즉, 어떤 단서가 주어진다면 우리는 손쉽게 회상할 수 있다. 지나온 삶에 대해서 부모님이 어릴 때 찍어주신 사진, 졸업장, 성적증명서, 만약 일기 등이 있다면 그나마 기억을 유지하기가 수월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것들 이외에는 삶을 다시 떠올려줄 단서가 없다. 매 순간순간 나름의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음에도 우리의 삶은 계속 잊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삶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먼저 ‘일기쓰기’를 생각했다. 일기를 생각하니 부정적인 기억부터 떠올랐다. 초등학교 시절 억지로 쓰던 일기, 마치 독후감을 쓰듯 감정과 생각, 의견 등을 함께 정리해야 잘 쓴 일기라고 인정받던 기억.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방법은 오랫동안 지속하는데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아주 간단히 그 날의 ‘사실(fact)’을 기록해 보는 것이었다. 하루의 사실들은 약 3~4줄의 문장으로 간단히 정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하고, 오전에 특별한 일이 없이 반복되는 일이라면 하던 일을 간단히 쓰고, 누군가를 만났다면 만났다는 그 사실을 쓰고, 퇴근 후 있었던 일의 사실만 간단히 쓰는 것이다.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지 않아도 되니 하루 2~3분의 시간만 투자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다.
마침 2014년 전후 시기에는 스티브잡스 아저씨 덕분에 스마트폰이 일상화 되고 있었고,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 등 어떤 매체를 이용해서든 하나의 공유 파일을 이용해 사실을 기록하는 일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내가 선택한 도구는 구글 닥스(Google Docs)였다. 여기에 하루의 사실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10년의 시간 동안 나는 나를 기록했다. 믿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이 단서들은 나의 삶을 다시 떠올려주는 유용한 도구가 되고 있다. 이 사실을 읽기만 하면, 그 때 당시 나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다시 회상해 낼 수 있다. 심지어 당시의 기분과 감정들도 함께 회상할 수 있다. 글쓰기는 스트레스를 줄여준다(페니베이커). 그리고 글을 씀으로써 우리의 삶을 기록할 수 있다. 비록 대단한 삶이 아닐지라도 나를 기록한다는 것은 앞으로의 내 삶에 대한 새로운 방향성을 스스로 제안한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내 삶을 기록한다.
지금도 매일 하고 있는 하루의 사실을 기록하는 일이 주는 의미와 이 일을 왜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 봤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이 간단한 일이 주는 큰 의미를 한 번 느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내 삶을 기록한다는 것, 이것은 대단하지만 간단한 방법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