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야~~~ 밥 먹어~~~!"
구름이 잔뜩 끼어서인지 날이 제법 쌀쌀했다.
두툼한 패딩을 입었는데도 선득거려 삼색이 녀석이 기다리는 토성으로 올라가면서 서둘렀다. 걸음을 조금 빨리하면 체온이 올라가 추위가 덜하다.
토성 초화지 근처부터 무슨 소리가 들리기는 했다. 가보니 한 무리의 유치원 생들이 토성 주변 잡목림 근처를 어룽거리며 뭔가를 던져주고 있었다. 까치를 불러대는 걸 보니 땅콩이나 곡류가 아닌가 싶었다. 유치원 선생님의 독려에 힘입어 아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던져주는 양도 많아졌다. 나도 모르게 말리고 싶었다.
소란에 놀랐는지 까치들이 깍깍거리며 날아가 버렸다. 거리를 두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까치가 날아가 버리자 유치원 아이들도 재미가 없는지 그 자리를 천천히 비켜났다.
- 비둘기만이 아니라 까치와 까마귀에게 먹이를 주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굳이 그 사실을 알려주며 유치원 선생님에게 훈수를 두고 싶지는 않았다. 멀찍이 서서 기다린 가장 큰 이유는 '까치밥 먹이기 행사'에 신이 난 유치원생들의 즐거움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다만 그곳 덤불에서 밥을 기다리다 어디로 피해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떠돌 삼색이와 턱시도 녀석이 걱정스럽기는 했다. 다른 날이라면 녀석들이 나를 알아보고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려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날은 시간이 촉박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강추위에도 여지없이 밥그릇 주변을 지키는 녀석이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인지상정이 아니겠지? 행여 나를 놓칠세라 아침 댓바람부터 나와 주야장천 기다리는 삼색이 녀석 때문에 어디 가야 할 일이 생겨도 일단 토성을 들러 먼저 녀석의 밥을 챙긴다. ‘녀석은 굶기고 나만 배부르면 뭐하나?‘
몹시 추운 날은 귀요미와 다롱이가 있는 자리에서 악착같이 나를 따라다니는 비둘기와 까치에게 건사료를 나누어 줄 때가 있다. 겨울집 안에 넣어준 것을 먹다 바닥에 흘린 것들 청소를 핑게 삼아.
사람도 추위가 심하면 문밖 나서기가 꺼려지는데 먹을 걸 구하지 못해 기를 쓰고 사람 옆으로 다가오는 까치나 비둘기를 외면하는 게 쉬울 리 없다. 겨울철 먹이 구하기는 날짐승이나 길짐승이나 다 마찬가지일 텐데.
약속은 12시였다. 하지만 11시로 착각한 지인이 만남 시간을 당기자는 바람에 나도 서둘러야 했다. 까치밥 먹이기 행사에 ‘어쩌지?' 싶었던 이유다. 까치 먹으라고 무언가를 덤불을 향해 던지니 안 그래도 낯선 사람들의 다량 출연으로 잔뜩 졸아 있을 녀석들이 걱정스러웠다. 고양이들은 자기를 향해 무언가를 던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거의 공격으로 인식한다.
다행히 서두르는 내 마음을 알았는지 삼색이 녀석이 나를 따라 움직인 모양이었다. 잔뜩 웅크린 채 덤불 숲에서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얼른 캔과 닭가슴살을 꺼내 그릇에 덜어 주었다. 요즘은 하악질도 하지 않는다. 식빵 굽기 자세로 바짝 다가와 앉는다.
평소에는 칠지도 계단을 내려가지 않는다. 그냥 둘레길로 돌아서 간다. 가끔 말썽을 부리는 무릎 탓이다. 내려가야 할 계단의 숫자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조심조심 계단을 내려갔다.
칠지도 계단을 내려오며 힐긋 시계를 보았다. 약속 시간 27분 남겨두고 있었다. 전철로 한 정거장이라 해도 한 대를 놓치면 시간이 빠듯하다.
서두르면서도 사랑이 닮은 암소 무늬 녀석이 있었다던 곳을 살폈다. 누군가 웅크리고 앉아 고양이 겨울집을 챙기고 계셨다. 날이 추우면 물이 문제다. 야외라 밤새 얼어버려서다. 부어주시는 물에 김이 나오는 게 보였다. 뜨거운 물을 챙겨 오신 모양이다. 말을 걸진 않았지만 그분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져 고마웠다.
겨올, 사람도 마찬가지겠지만 공원에서 그 시간을 보내야 하는 고양이들에게도 혹독한 시간이다.
한 끼의 소중함. 공원 냥이들에게 먹이를 주지 않았던 과거에는 그런 삶이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삶을 알고 난 뒤 차마 손을 뗄 수가 없다. 추위에 떨면서도 먹이를 가져올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이 처연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안 할 수도 있겠지만.
공원 냥이들에게 먹이 주는 게 못마땅하다며 잘 숨겨놓은 겨울집들을 보란 듯이 엎어놓는 사람들의 심사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얼어붙을 만큼 찬 눈밭에서도 한 끼 먹이를 위해 몇 시간이고 기다리는 존재들도 돌아봐 줬으면 좋겠다.
그 아이들이 매섭게 추운 겨울나기를 무사히 마치고 새 봄을 함께 맞이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