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R 검사를 기다리며
믿기지 않는 두 번의 pcr 검사 경험
남편이 확진자가 되었다. 동거인이자 밀접접촉자로서 10살, 4살인 아이들과 나 역시 pcr검사를 해야 했다. 우리 셋의 자가진단 결과는 음성이었으나 갑자기 둘째가 토하며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이틀이 지나서야 검사를 하러 갔다. 평일 치고도 예상외로 긴 줄을 보고 놀랐다. 보건소에서 보낸 문자를 받은 사람들의 pcr 줄에 합류했는데, 낯선 데다 몸이 좋지 않아 둘째가 휴대용 유모차에 앉아있지 않으려 칭얼댔다.
유모차는 큰애 보고 밀라고 하고 나는 첫째를 업고 줄을 서있었다. 업어도 아이가 칭얼대자 뒤에서 한 남자 어른이 “시끄럽게 왜 자꾸 울어!” 하고 나무랐다. 나는 구차하게 설명하기 싫어 아이가 배고파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더 이상 아무 말이 없었다. 바이러스 보균자일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긴 줄 틈에서 자신이 확진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추운 날씨를 견디며 서있는 것은 사람을 예민하게 만든다. 그러려니 했다.
한참을 기다리다 방호복 입은 분의 안내가 이어졌다. 그분은 목이 쉬어있었다. 곧 점심시간 한 시간을 가질 거라고 했다. 줄이 짧아졌다. 점심시간을 생각하지 못하고 오전에 좀 더 일찍 나오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갑자기 어디선가 이런 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점심시간이 말이 됩니까!” 기가 막혔다. 우리야 검사하고 집에 가면 그만이지만 추운데 밖에서 하루 종일 확진자일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대하며 고생하고 있는 검사원들도 식사는 해야 일을 할 것이 아닌가.
15킬로 아이를 몇 시간째 계속 업고 있어도 힘든 줄 몰랐던 이유는 이 추위에 설마 또 몸이 아플까 염려가 되어서였다. 그러던 중 뒤에 여자분이 “유모차 여기에 두시고 저기 천막 안에 의자가 있는데 아기 안고 앉아 계세요. 힘들어 보여서...” 했다. 이렇게 건장해 보이는 많은 남자 어른들이 있어도 먼저 하라고 자리 양보는커녕 애 운다고 한소리 듣고 있었는데 말씀만이라도 감사했다. 그분은 4살 큰애를 데리고 온 임산부였다. 6,7개월은 돼 보였는데 계속 서있으면 분명 배가 뭉치고 힘들 텐데도 천막 의자에 본인의 아이를 앉혀두고 자신은 줄을 서 있었다. 임산부라 이 모든 상황에 더 예민할 수도 있을 텐데 같은 상황에서도 인간은 한없이 이기적일 수도 한없이 이타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무엇이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
다음날 둘째와 나는 음성, 무증상인 첫째는 양성 판정을 받았다. 며칠이 지나 격리 해제전 검사를 위해 둘째 아이와 나는 두 번째 pcr검사를 하러 다시 선별 검사소로 향했다. 이번엔 경험치를 바탕으로 사탕도 준비하고 12시에 나가서 최대한 사람들이 적을 때 줄을 서서 30분 정도 기다리다 빨리 검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는 차가 가는 방향만으로도 “엄마 코 찌르는 거 시여 시여. 안 가꺼야.” 했는데 도착해서도 안아달라 보챘다. 그래도 유모차에 앉혀놓고 사탕을 줘가며 달랬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줄이 짧아지며 천막 안으로 들어가자 아이가 싫다며 입안에 반쯤 녹은 젤리를 머금고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그러자 또 뒤에서 “이런 데 왜 애를 데려왔냐.” 는 남자 어른의 목소리를 들었다. 잘 못 들었나 싶어 나도 모르게 실소가 나왔다. 그 순간 뒤에 서있던 여자분이 대뜸 작은 젤리 한 봉지를 건네며 “방금 뒤에서 말하는 거 들었어요? 막 치밀어 오르네요. 저는 딸이 양성이라 검사를 하러 왔는데, 우리 딸은 초등학생이라도 검사받는 거 마음 아팠는데 아기는 3살쯤 돼 보이는데 어떡해요.” 하면서 걱정했다.
검사를 하고 우는 아이를 한 손으로 안고 다른 한 손으로 유모차를 밀며 가고 있는데, 뒤에 그 여자분이 코를 깊게 찔려서인지 눈에 눈물이 고인 채로 말했다. “ 제가 유모차라도 밀어드릴까요? “ 공감하는 사람들은 거리두기가 힘들다.
내가 누군가로부터 거리두기를 당하게 된다면
생각해 봐야겠다. 당해보지 않았다고, 나보다 약하다고, 상관없다고 아무렇지 않게 아무 말이나 내뱉었던 건 아닌지. 지금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다 생각해도 항상 더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