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 하자보수와 2026년 예산편성 시작

by 미스터규

교장선생님은 요즘 들어 유난히 체육관 이야기를 많이 했다.
도장 벗겨진 벽, 물기가 스미는 바닥, 그리고 오래 묵은 체육기구들이 뿜어내는 퀴퀴한 냄새까지.
언제부터였을까.
하자보수는 늘 문제였고, 늘 해결되지 않은 채 묵혀져 있던 일처럼 느껴졌다.

나는 결국 시설과로 공문을 올렸다.
그날 오후, 시설과 담당자가 학교로 찾아왔다.
차가운 바람과 함께 들어온 그들의 발걸음은
어딘지 모르게 지친 사람들의 무게를 품고 있었다.

“공제조합 쪽으로 다시 독촉 보냈습니다.”
그는 말끝을 흐린 채 현장을 돌았다.
체육관 바닥을 손가락으로 짚고, 벽면의 균열을 사진으로 담으며
보수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중얼거렸다.
이곳의 시간은 늘 이렇게 느리게 흘렀다.
누군가는 고장 난 시설을 보며 단순한 벽의 문제라고 하지만,
나는 안다.
그 벽 뒤에는 사람들의 무심함과 예산의 한계, 그리고 학교라는 조직이 가진 오래된 구조가 있다.

한편으로 예산과에서는 예산편성 기본계획이 내려왔다.
나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추진계획을 세웠고,
교직원 연수를 준비했으며,
학부모 의견수렴을 위한 가정통신문까지 보냈다.
한 장의 종이에 담긴 문자들보다,
그 안에 흐르는 학교 사람들의 표정과 불안이 더 크게 느껴졌다.

내일이면 요구서 제출 요청 기안을 올릴 것이다.
각 부서와 학년에서 제출된 요구사항들을 수합하고,
서로의 의견을 조정하고,
누구에게는 희망을, 누구에게는 유보를 담아
한 해의 예산이라는 이름 아래 다시 배열해야 한다.

이번 달 안에 이 모든 것을 끝내야 한다.
그리고 내년 1월, 발령이 난다는 소식을 가슴에 품으며
오늘도 나는 책상 위에 쌓인 서류 더미를 넘긴다.

가끔은 생각한다.
학교라는 곳이란,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햇빛 아래의 운동장만은 아니라고.
우리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의 내일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밀어올리기 위해
조용히, 묵묵히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겨울의 행정실은 차갑지만,
책상 위의 커피는 식어가지만,
이 일들을 해내려는 마음만은
조용히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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