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하다 그 안에서 나를 마주했다
나에게는 스무 살 여름부터 좋아하던 사람이 있다.
만나자마자 첫눈에 반했고, 그렇게까지 누굴 좋아한 적은 처음이었다.
편지도 잘 안 쓰던 내게 직접 손글씨로 편지도 써주고,
사랑한다는 말도 먼저 잘 안 하던 무뚝뚝하던 내게 좋아한다며 사랑 고백을 해오고,
이기적이던 나를 본인보다 먼저 생각해 주고 우선순위로 두었고,
잘 안 웃던 나에게 네가 웃을 때면 내가 행복하다며 항상 나를 보며 웃어주었고,
뭐든지 부정적으로 생각하던 내게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며 나를 설득시켰고,
항상 자신이 없고 스스로를 깎아내리던 나에게 너는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던,
그런 사람이다.
하지만 그와 만나면서도 6개월 정도가 지날 때쯤 정말 힘든 일들이 많이 닥쳤다.
나와 가족과도 같던 사람들에게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작별 인사를 해야 했고,
학교에서는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과는 멀어졌으며,
가족과도 다툼이 늘어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았기에
결국 혼자 시간을 보내고 밥도 먹는 시간이 늘게 되었다.
내 어깨 위에 놓인 짐을 혼자 다 감당하기에 너무 어려웠다.
결국 눈물을 쏟는 날이 많아졌고, 그 사람 앞에서는 차마 괜찮은 척을 하려고 했지만
나에게 괜찮냐며 물어오는 그 사람 앞에서 차마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때였다. 그 뒤로는 그 사람에게 의지를 많이 한 탓일까
내 속 마음을 모두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아픈 내 마음을 건강한 방법으로 해소하는 방법이라고 그때는 믿었다.
그냥 털어놓으면 다 괜찮아지니까, 그 사람이 공감해 주니까.
그럴 때마다 그는 편견 없이 묵묵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렇지만 내내 마음이 불편해 어떤 때는 그냥 대놓고 물어본 적도 있었다.
내가 이렇게 내 이야기만 하는 게 불편하지 않아?라고.
그럼 그 사람은 항상 나에게 답했다.
네가 슬프면 나도 슬프고 네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해.
네가 행복하면 좋겠어 그렇지만 네 마음이 그렇지 않을 때는 울어도 괜찮아.
다 괜찮아질 거야, 나는 너를 믿으니까,라고.
내가 정말 힘들어 포기하고 싶다며 엉엉 울던 날
가족과 다툼이 있어 그 누구도 내 편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던 날,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지만 결과가 내 맘 같지 않아 너무 속상했던 날
유일한 내 편이었던 그는 방황하던 나를 버틸 수 있게 해 주었다.
“ 네가 무거운 가방을 메고 있을 때, 혼자 드는 것보다 같이 드는 게 덜 무거워. 내가 그 가방을 같이 들어주고 싶어 ”
라고 그는 나에게 말했다.
사랑하면 닮는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관이 똑같이 생기면 운명이라는 하관운명설이라나.
그렇지만 내가 해석한 사랑은 바로 거울이라고 생각한다.
그를 더 사랑할수록 그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나는 “ 내가 어떤 사람 ” 인지를 더 배우게 되었다.
나는 그를 만나기 이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다.
내가 사랑을 할 때 어떤 모습인지,
내가 나 스스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내가 행복할 땐 언제고 내가 화가 났을 때는 어떻게 행동하는지
모두 그 사람을 만나고 알았다.
그 속에서 나는 내가 사랑할 때 최악이 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특히 내 속 깊이 숨겨두던 이야기를 그에게 꺼내놓으면서 내가 알던 사랑의 정의는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것도 깨달았다.
내가 가진 마음 아픈 이야기는 대체로 부정적이었고, 그럼에도 그는 아무런 편견 없이 이를 모두 들어주었다.
나는 내가 가진 이 이야기를 그에게 털어놓으면서 내게 왜 사랑이 어려운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어려운 사랑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도 스스로 방법을 찾아 하나하나 터득하고 있다.
사랑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참 쉬운 일이지만, 그 사람과 더 깊은 관계가 되고 그 사람을 사랑하기 시작하면 그의 장점 / 단점이 모두 다 보인다.
그걸 모두 감수하고서도 여전히 조건 없이 그 사람을 사랑해 주는 것을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이야기하는 그 사람은 내 아픈 기억들을 모두 안아주고 내 불안정한 모습을 모두 인정해 주는 그런 사람이다.
처음에는 그냥 내게 집착이 심해서 그런 줄만 알았다.
그래서 그 조건 없는 사랑을 의심하고 수없이 물어봤다.
“ 너는 나를 왜 좋아해 / 사랑해? ”
그럴 때마다 나에게 돌아온 답변은 “ 그냥 너라서, 이 모습 그대로의 네가 좋아 “ 였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너무 단순하다고 생각했다. 너무 모호하고 정말 나를 좋아해서 하는 말이 맞나, 또 의구심이 들었다.
또, 내가 어떤 어려운 상황에 대해 불평, 불만할 때마다 그 사람은 한 번도 불평, 불만하지 않았다.
그저 나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할 수 있다, 더 상황이 안 좋지 않아서 다행이야, 이렇게 말해주었다.
이런 사람 앞에서는 불평하던 내가 한없이 작아지곤 했다.
스스로가 창피했고, 앞으로는 조금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다짐하게 되었다.
그 사람을 만난 이후로는 난 정말 많이 바뀌었다. 긍정적인 쪽으로.
내면적으로 정말 많이 성장했고 여전히 나는 사랑에 대해서 알고 싶고 배우고 있는 중이다.
나는 무작정 그 사람이 배울 점이 많다고 해서 뭐든지 따라서하고
닮으려고 억지로 노력했던 것이 아니다.
그 사람과 만나며 그 사람에 대해서 더 알아갈수록, 나는 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나를 들여다봤고,
특히 날카로운 언쟁이 오갈 때 그 다툼 속에서 나는 그의 단점을 알게 되었고, 그 다툼을 해소하기 위해서 나를 들여다보고
잘못되었던 나의 단점 / 나의 방식을 고치려고 노력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단 한 번도 다투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
한 번도 싸우지 않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결국 중요한 것은 그 다툼을 어떻게 해소하냐는 것이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던 두 사람이 만나 모든 것이 완벽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서로 다름을 알고 인정하며 맞춰가는 것, 배려하고 존중해 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랑의 정의가 아닐까 -.
사랑은 참 어렵다.
오늘도 나는 그 어려운 사랑, 사랑을 어떻게 더 잘할까 그리고 내일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