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면 종종 걷게 된다. 5월이니까 한낮 시간대만 피한다면 제법 따스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특히 밤에는 가벼운 외투를 걸치고선 동네를 걷기에 딱 좋다. 산책에 딱히 의미를 두는 편도 아니어서 말 그대로 가벼운 산책 정도를 즐긴다. 단지 나만의 기준으로는 별다른 목적지나 시간에 제약을 두지도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야만 나의 한 걸음이 가벼워진다고 생각한다.
내가 새로이 이사와 살고 있는 원룸촌 뒤편으로는 흔히 말하는 부촌이 자리하고 있다. 멋들어진 주택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으로 종종 이 주변을 친구와 걷곤 한다.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그러고도 남는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실 때까지는 서로의 이야기가 대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곳을 걸을 땐 매번 주제가 정해진 듯이 같은 말을 입 밖으로 꺼내게 된다. 대체로 집주인들은 무슨 일을 하길래 이렇게 멋진 집을 갖고 있을까- 집값은 얼마 정도일까-와 같은, 적고 보니 역시 별다른 의미는 없는 것 같다. 가끔 울타리가 낮은 집은 정원이 보이기도 하는데 그럴 땐 그 집에 강아지가 있진 않은지 고개를 기웃거리기도 한다. 만약 있다면 누구보다 반가운 얼굴로 눈을 맞추고선 손을 흔들어주고 오는 게 보통의 산책이다.
평소에 생각하기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 나는 산책할 때도 가급적이면 생각을 줄이려고 한다. 머리가 복잡하거나 집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 그냥 심심할 때, 혹은 날씨가 좋거나 나빠서. 그래서 걷는다.
혼자서 걷는 것도 둘이서 걷는 것도 좋겠다.
생각이 없어도 생각이 많아도 좋겠다.
오늘도 잠깐이라도 걷는 게 좋겠다.
5월에 날씨마저 좋으니 걷지 않을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