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뜬다. 날이 밝고 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새벽 6시 41분. 지금 시간을 막 적어 내린 순간, 1분이 또 지났다. 몇 번이고 표현한 적 있지만 나는 새벽을 좋아한다. 검은색이 회색으로 점점 옅어지고, 점점 더 하늘색으로 변할 즈음, 내 눈에는 그즈음이 청록색으로 느껴진다. 캄캄한 검은색일 땐 밤이라 부르는 게 맞는 것 같고 하늘색으로 바뀔 즈음은 아침이라 부르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이름도 예쁜 청록색은 여우비가 내릴 때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하늘처럼 이 밤을 보내지 않고서는 쉽사리 볼 수 없는 것이다. 나의 가족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할 테니- 내 기준에서 만큼은 온전한 나의 것이다.
물론 나는 그들의 숙면을 응원한다. 새벽의 공기를 맡아본 적이 있는가. 새벽에 대하여 특별히 감성적인 부분을 배제하고서 이야기하자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사람들은 훨씬 더 치열하게 산다. 나만 매일을 열심히인 것 같고 나만큼 너에게 진심인 사람이 없을 것 같지만- 사실 아니다. 새벽에 목적 없이 길을 나서보면 알 수 있다. 나에겐 특별함이 누군가에겐 익숙함이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도 어딘가로 목적을 갖고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그 길 반대로 향하는 내 신발이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다. 새벽이란 게 그렇다.
하루 중 몹시도 가벼우면서 강한 시간이다. 밤사이 머릿속을 괴롭혔던 그리운 사람이 새벽과 함께 멀어지기도 하고, 나의 배고픔이 새벽 공기와 함께 잊혀 가기도 한다. 매번 이럴 때마다 오늘 하루는 어제보다 조금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내심 갖기도 하지만, 아마 늘 그랬듯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여전히 정신없고, 무력하고, 힘이 들 것이다. 그래도 눈을 감았다 뜨면 어김없이 찾아 올, 나는 오늘도 내일의 새벽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