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3월 10일 화요일 낮의 일기
일기를 쓰지 않은지도 좀 된 것 같다.
한창 많이 썼을 때는 몇여 년 전 인 고등학생~대학신입생 시절인 것 같다.
그때의 일기는 나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낼,
유일한 배출창구였다.
생각이 복잡하고 거대해져 나를 삼키려 할 때,
그걸 글로 적어보면 신기하게 조금 진정이 됐다.
그렇게 힘들 때마다 일기를 써서 간직했다.
당시에는 누군가에게 보여줄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는 나의 깊은 내면을 그대로 적었고,
내 '진짜 모습'을 드러내면 모두 떠나갈 줄 알았다.
그렇게 버림받을 것 같은 두려움에,
나는 나를 숨기고 벽을 치며 고립시켰다.
첫 시작은 대학교 2학년의 독서 동아리에서였던 것 같다.
접점을 만들기 두려워 혼자 다녔지만,
그래도 사람들을 만나고픈 마음에 들어간 곳이었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감상을 말하는 게 주였는데,
선정된 책들이 마음, 아픔, 성찰 이런류의 책들이어서 자연스럽게 그런 쪽으로 말이 나오게 됐다.
"저는 사실 우울증이 있어요."
제 차례가 되자 갑작스럽지만 담담하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말을 하고도 스스로 조금 놀랐다.
그래도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어갔다.
처음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나의 약한 부분을 드러내는 게.
그건 거창한 용기나 결심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그저 작은 방에서 조각조각 쌓아온 일기들이 모여
어느 순간 그들끼리 얽히고 정리가 되어
입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었다.
말하고 나니 속 시원하기도 했다.
동시에 나를 이상하게도, 연민으로도 보지 않고
그저 그렇구나.. 하는듯한 눈빛들은 나를 진정시켰다.
꼭꼭 숨기고, 혼자 아파하며 버텨왔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걸 조금 알게 되었다.
만약 나를 좋아하지 않을 사람들이라면,
나와 맞지 않는 것이기에
내가 어떻게 잘해주어도 날 싫어할 거다.
하지만 나를 드러내어도 내 곁에 있어줄 사람들은 꼭 남는다.
내가 두려워했던 건 전체의 시선이었다.
누군가는 내 이야기를 듣고 약점잡거나 헐뜯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이런 나를 드러내고 싶다.
무섭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고 인스타에 그림을 그리는 것도 그러한 시도 중 하나이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순 없겠지만,
나의 많은 부분을 알고도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거면 충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