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로 점점 가라앉는

by 햇기


그런 기분이다.

주변 모든 곳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으며

완전히 힘이 빠진 몸이

서서히 더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기분.


발버둥 치고 싶지 않다.

온 마음으로 그저 이 상황을 받아들인다.


어느 순간은 해변가에서 눈을 뜰 것을 알기에

지금은 그저 눈감고 잠겨간다.






아무도 날 찾지 않을 것을 안다.

그럼에도 진동이 울릴 때마다

계속 확인하게 되는

작은 화면.


그 안에 나를 구원해 줄 무언가라도

있다는 듯이

끊임없는 기다림의 연속.


흔히 우울을 blue라고 부른다.

나의 블루는 차가운 손이다.


아무리 서로 맞잡아봐도

온기를 찾을 수 없어

괴롭다.


그럴 때면 내 손목 끝에 달린

다섯 부분으로 나눠진 무언가 한 쌍이

낯설게 느껴진다.


쓰거나 그리면, 응어리가 조금 풀리는 듯했다.

마치 가슴과 연결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차갑게 얼어붙어 막혀버린 통로를 앞에 둔

방황하는 나의 감정들은

내 몸뚱아리 사방으로 퍼지며 아프게 한다.


가슴에서 시작된 아프고 지끈거리는 덩어리는

머리로 가,

어깨로 가,

다리로 가,

둔하고 묵직한 고통을 준다.


온몸으로 퍼지는 방사통을 겪으니

마치 구역질이 날 것 같다.




몸이 음식을 거부한다.

텅 빈 내 위장에 쌓여가는 것은 약뿐이다.


먹어도 먹어도 나아지지 않을 것을 안다.

하지만 방법을 찾아 나서기엔 지쳤다.

지푸라기도 모두 손에서 빠져나갔다.


결국 또 작은 서랍을 열어

어지럽게 쌓인 약봉지들을 한참 바라본다.




억지로 붙잡고 나아지려 하지 않아도

이 순간은 지나갈 것을 안다.


아는 것과 별개로 버티는 이 순간은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차라리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술에 만취하고

물건들을 다 부수어 버리고


그렇게 하면 좀 나을까?


답답한 나는

그저 한숨을 쉬고 또 쉬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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