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사랑할수록 나를 숨겼을까
당신은 속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나요?
이런 질문을 받았다고 쳐보자.
우선 나의 답은 I'm trying to..
그러니까 '하려고 노력 중이다' 하고 대답할 것이다.
나는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이 부분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았다.
아니, 난 내가 마음을 숨기고 있는지 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알아채지 못하는데 어떻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아무래도 솔직한 마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내 연애 이야기를 또 꺼내야 할 것 같다.
거의 2년 가까이 함께했기에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상대는 같은 학교 3살 연상, 안정형이었다.
헤어질 때 나눴던 대화가 생각난다.
"미안해. 나는 오빠를 만나면서 한 번도 마음을 제대로 열었던 적이 없는 거 같아. "
"응 그게 느껴졌어"
이 말을 듣고 난 뜨끔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항상 상대에게 맞춰야지만 사랑받을 수 있는지 알았다.
늘 상대의 기분을 살피며 눈치 봤고, 원하는 게 있어도 내 의견은 잘 말하지 않았다.
나는 거절당할까 봐. 결국 버려질까 봐 무서웠다.
그래서 더더욱 입을 꾹 닫고 속으로만 쌓아갔다.
나는 표현하면 사랑받지 못할까 봐 나를 더더욱 감췄다.
헤어질 때 처음 깨달은 사실은
나를 좀 드러내도 괜찮다는 거였다.
나는 내 마음, 그러니까 내 욕구를 드러내는 게 민폐라고 생각했다.
꽁꽁 숨기려 했던 내 마음들은 결국 쌓이고 쌓여
때가 되면 터져 나와 버렸다.
그럴 때면 우리는 항상 싸웠고, 나의 마음은 그저 표면적인 불만과 헐뜯기, 상처를 주는 말로 바뀌어서 표출되었다.
난 내 마음을 잘 숨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상대는 다 알고 있었다.
내가 마음을 꼭꼭 숨기던 것도,
그래서 진심으로 마음을 열지 못했던 것도..
다 알면서도 나를 사랑해 준 것이었다.
상대는 내가 언젠가는 마음을 열고 솔직하게 말해주기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걸 깨닫고 나니 좀 슬펐다.
나는 나 자체로도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같이 앉아있는 버스 정류장.
헤어짐의 시간이 다가오는 걸 직감한다.
말할까 말까 몇십 번 고민하고 입을 뗀다.
"조금만 더 같이 있고 싶어요.."
머리가 쑥대밭이다.
'괜히 말했나? 민폐인가? 거절당하면 어떡해!!'
"네 저도요"
순간 안도한다.
그래. 말하길 잘했다.
설령 거절당했다 해도 내 맘을 내뱉어본 게 중요한 거 아닐까?
갈 길이 멀고 멀지만,
이번에는 상대를 믿고
나를 숨기지 않는 쪽을 선택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