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건

by 페니킴

일주일에 쓰는 수건의 갯수가 정해져있다. 일주일마다 빨래를 한번 정도만 하면 되는 양이다. 그런데 집에 손님이 자꾸 찾아오면서 수건을 쓴다. 사람이 한번 써 축축해진 수건은 말려도 쿰쿰한 냄새가 난다. 완전히 말려서 쓴다고 하더라도 기껏 씻어낸 피부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 마르지 않은 걸레에서 나는 듯한 불쾌한 냄새에 미간이 찌푸려진다. 하릴없이 쓰고 난 수건은 바로 세탁기로 던져질 수 밖에 없다.

방문객이 자꾸 수건을 써대니 예상치 못하게 빨래를 해야하는 주기가 빨라졌다. 이틀에 한번내지 삼일에 한번 해야했다. ' 왜 저렇게 수건을 써대는거야.' 하는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자주 돌려야 하는 빨래에 괜시리 혼자 짜증이 났다.

그런 마음을 겉으로 내보일 수도 없다. 밖으로 말을 했다가는 쪼잔한 사람이 될 것만 같다. 볕이 좋은 시간을 골라 빨래를 하고 (물론 세탁기가 돌아가는 것일 뿐이지만) 빨랫대에 널고 다 마른 빨래를 정리하는 그 일련의 과정이 귀찮게만 느껴졌다. 그저 좋게만 생각했던 그 사람에게마저 짜증을 낼 것 같았다.

얼마전 강연을 들으러 갔다.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이 되자 한 참석자가 강연자에게 질문을 했다. 자꾸 아이의 과자를 아이보다 먼저 먹는 남편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볼멘 소리였다. 강연자는 그 말을 듣자마자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며 과자를 두 개 사라고 했다. 남편도 과자를 먹게 해주면 된다. 남편에게 과자를 먹고싶었냐며 먼저 그 행동에 대해 이해를 해주는 것부터 시작이다. 그리고 남편을 예뻐하는 마음을 가져보라고 조언했다. 그 사람에게 좋은 마음을 가지기 시작하면 행동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남편에게 솔직하게 얘기하고 해결책도 구체적으로 제시해보라고 했다.

같은 문제도 내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에너지가 있으면 관대해질 수 있다. 수건 하나에 짜증이 났던 이유가 알고보면 나의 몸상태가 피곤해서 체력이 버티지 못해서 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 내 감정의 원인이 내부적인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가짐을 바꿔야 했다.

내가 조금 귀찮아졌다고, 내가 생각한 계획과 달라졌다고 짜증을 낼 필요는 없었다. 수건 하나에 짜증내며 그 감정을 그 사람에게까지 전가할 것인가 생각해보면 사실 그럴 일은 아니었다. 수건 하나보다 중요한 건 사람이니까. 이내 마음속 짜증이 수그러들었다.

수건을 더 사기로 했다. 수건만 몇개 더 사면 나는 빨래를 더 하지 않아도 되고 수건을 더 쓴다고 그사람에게 짜증낼 이유도 없다. 한가득 채워진 수건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중요성의 경중을 한번만 더 생각해보면 짜증낼 일이 그리 많지 않다. 사소한 일 하나에 내 감정을 쏟으며 짜증내다보면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까지 감정이 분출된다. 그 사람이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한번 더 신중히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순간의 내 감정으로 서로의 관계를 손상하지 않도록 말이다. 내 마음도 편안하고 그 사람에게도 내 이런 바늘 구멍같은 마음을 들키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한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고 나에게 뭐가 더 중요한지 생각하다보면 짜증낼일도 화를 낼 일도 생각보다 많이 줄어든다. 자꾸 그렇게 생각하다보면 나도 지금보다 더 관대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되지 않을까.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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