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서기

by 페니킴

20대 때부터 요가를 했던거같다. 정신을 집중하고 균형을 유지하며 내 몸의 변화를 지켜보는 그 과정에 매료되었다. 오늘 하기 힘들었던 동작도 내일에 안되면 또 내일에 반복해서 연습하다 보면 결국에는 성공했다.

일주일에 서너번은 헬스나 요가를 했던 때였다. 습관처럼 운동을 하던 그때에도 잘되지 않던 동작이 있었다. 바닥에 팔을 삼각형 모양이 되게 놓고 두 손을 깎지 껴서 잡은 후 머리를 깎지 앞에 즉, 팔사이에 놓는다. 머리로 서서 엉덩이를 들고 발로 조금씩 앞으로 걷는다. 점점 머리쪽으로 가까이하다 자연스럽게 발이 떨어지면 복근에 힘을 주고 한곳을 응시하며 발을 머리위로 수직으로 들어올린다.

물구나무서기는 근력이 넘쳐나던 그때에도 쉽지않았다. 다리를 들어올리더라도 이내 떨어뜨리거나 휘청거리다 뒤로 뒤집어져 바닥에 뒹굴기 일쑤였다. 어쩌다 한번 성공할 때면 뛸듯이 기뻤다.

시간은 눈치챌 겨를없이 지나갔다. 십여년 가까이 운동은 계속 했지만 물구나무는 서지 않았다. 예전보다 근력은 떨어졌고 몸은 무거워졌다. '전에도 안됐는데 지금이라고 되겠어?' 하는 생각에 시도조차 하지않았다.

그러다 작년에 본격적으로 요가와 필라테스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유튜브를 보며 요가를 따라했다. 기본적으로 동작은 다 알고있었기 때문에 좀더 정확히 몸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동작을 하려 애썼다.

모든 요가 시퀀스가 거의 마무리 될 즈음 머리서기 동작이 나왔다. 선생님을 따라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동작을 이어나갔다. 조금씩 앞으로 걷다 발이 자연스럽게 떨어지자 숨을 멈추고 다리를 수직으로 들어올렸다. 순간 나는 내스스로에게 놀랐다. 생각보다 무섭지도 불안하지도 않았다. 과거에는 버티느라 어깨가 아팠는데 어깨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체감상 꽤 오랜시간동안 자세를 유지할수 있었다.

노련함이 늘어난건지 집중력이 커진건지 알수 없었다. 젊음을 그리워하고 아쉬워했는데 늙음이 꼭 나쁘지만은 아닌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면서도 늘 도전을 한다. 사회에 이바지하는것처럼 대단한 일이 아니라도 작은 일에서 이뤄지는 작은 성공과 성취감이 나를 무너지지 않게 한다. 드럼수업에서 받은 칭찬이, 캘리그라피 수업에서 선생님의 격려가, 백일장에 나가 받은 2등이 내 자존감을 세운다. 그렇게라도 자꾸 내 정체감을 채워나가야 건강하게 나아갈 수 있다.

세월에 따라 퇴보되는것만이 아니라 나아지는 것도 많다는 사실이 나를 안심시킨다. 새로운것을 배울때 조바심을 내지않고 억지로 힘도 주지않고 하다보니 오히려 더 잘되는것도 있다. 여유를 가지는 것도 조금은 무뎌진 성격도 나름 괜찮다.

날 세우고 살아가기보다 조금은 시류에 기대어 흘러가고 싶다. 나름의 과제들을 이뤄가며 앞으로도 시들지않는 정신으로 살아가는 내가 기대되는 오늘이다.

월요일 연재
이전 06화발밤발밤 걷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