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 문을 열었다. 물이 뚝뚝..이게 무슨일인지 몰라 화들짝 놀랐다. 어제만 했던 멀쩡했던 냉동실 얼음이 거의 다 녹아버렸다. 냉동실 가득했던 음식들에서는 물이 흘러나왔다.
지금 살고있는 집으로 이사오며 샀던 냉장고는 올해로 우리집 음식을 보관한지 12년차였다. 냉동실 깊숙한 곳에는 미처 먹지 않은 오래된 음식들이 살고 있었다. 어느 순간 먹지않아 그위로 음식들이 쌓이고 쌓여 아래에 깔린 음식들은 냉장고와 세월을 함께 했다.
그래서인지 냉동실에 문제가 생기면 난감했다. 너무 꽉 채운 탓인지 문이 열려있어 오래된 음식들이 녹아 아래로 물이 흘러 내렸다. 그럴때면 음식물쓰레기 냄새가 나는 물을 닦아내고 음식들을 정리하고 다시 문을 닫아주면 다시 잘 작동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은 아니었다. 음식을 좀 빼내고 하루이틀이 지나도 냉기가 돌지 않았다. 안되겠다 싶어 가장 최근에 넣어둔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냉장실로 옮겨놓고 인터넷을 검색했다. 원인이 뭔지 고칠수 있는건지 이것저것 시도해보기로 했다.
우선 냉장고 뒤 냉기가 나오는 부분을 청소하기로 했다. 오랜 세월 신경쓰지 않아 먼지가 가득했다.손이 닿지않아 먼지털이로 먼지를 닦아내니 먼지덩어리들이 그득했다.
이미 냉동실 안은 물바다에 음식물 냄새로 진동했다. 다시 냉동실이 작동하기를 기다리에는 문을 열때마다 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냉동실에 문제가 있어 고치려해도 앞을 가득 막은 녹은 음식들로 손을 댈수 없을 듯 했다. 한번 녹은 오래된 음식들을 다시 얼려 먹을수도 없었다. 냉동실 안에 있는 모든것을 다 버리기로 했다.
오래된 생선과 해산물이 녹아 비릿내와 갈색 물이 흘러나와 모두 다 끄집어내서 쓰레기봉지에 넣었다. 쓰레기 봉지를 3개 버리고 나서야 냉동실안이 깔끔해졌다.
냉동실이 혹시 작동할까 싶어 얼음팩만 넣어두고 다음날이 되었다. 아침이 되어 문을 열자 얼음팩이 약간 언듯 냉기가 가득했다. 제대로 작동 하고 있었다. 뒤늦게 작동하는 기계에 서운하기도 했지만 내심 오래 묵은 음식물들을 버리고 나니 마음이 뿌듯했다.
냉기순환을 위한 구멍이 먼지로 막혀 있었던게 원인인듯 했다. 신경을 조금만 써서 관리했더라면 어땠을까. 내 무심함이 문제를 키웠다.
오래된 가전제품에도 문제가 생기듯 내 몸에도 자꾸 고장이 생겼다. 연골이 닳아 파열되고 무릎에는 물이 찼다. 수술을 권하는 병원도 있었지만 세월에 닳아버린 것이라 수술로 나아진다는 보장도 없었다.
관리만이 내가 좀 더 걷고 움직이게 할 터였다. 무릎 주변 근육을 키워야 했다. 두어 개월 전부터 아픈 무릎이었지만 계속 움직이며 운동을 했다. 어느덧 무릎을 접는게 자연스러워졌고 무릎 주변 근육도 제법 발달했다.
기계든 사람이든 흘러가는 세월은 되돌릴 수 없다. 꾸준한 관리는 기계는 좀 더 오래 작동하도록, 사람은 좀 더 건강히 살 수 있도록 한다.
비워진 냉동실을 다시 채워나가야 하듯 내 몸의 건강도 꾸준히 채워 나가야지.
잊지말고 가끔씩 냉장고 뒤 냉기순환 구멍을 청소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