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와 서운함 사이

by 최지우

다 안다고 해서

이해한다고 해서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다.


얼마 전 송별회를 했다.

10년을 다닌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서

그동안 함께했던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자리였다. 크게 거창한 자리는 아니었다.


그저 밥 한 끼 하며 웃고,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을 나누는 작은 자리였다. 그래도 나에게는 의미가 있었다. 함께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과 정리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마음속으로는 한 사람이 더 떠올랐다.

내가 가장 가깝다고 생각했던 사람.


적어도 그 사람은 와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모임 전, 그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못 갈 것 같다는 말이었다.

이미 미리 이야기했던 일정이라고 했다.

그래서 머리로는 이해가 됐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이 이상하게 서운했다.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면 될 일이었는데 마음이 그렇게 쉽게 따라주지 않았다.


괜히 심술이 나기도 하고, 괜히 속이 상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그 마음을 표현했다.

그때 돌아온 말은 짧았다.


“내가 못 간다고 얘기했잖아.”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래서 더 할 말이 없었다.


머리는 이미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마음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이해는 했는데 서운함은 남아 있었다.


나는 그런 내가 조금 싫어졌다.

이미 상황을 아는데도 마음이 이러는 게 괜히 속 좁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쿨하게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넘기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머리는 금방 이해하지만

마음은 조금 늦게 따라온다.


그래서 우리는 다 알면서도 서운하고

다 이해하면서도 한 번쯤 마음이 아프다.


요즘은 생각한다.

어쩌면 그 서운함은 내가 그 사람을 그만큼 가깝게 생각했기 때문에 생긴 감정일지도 모른다고.


기대가 없었다면

서운함도 없었을 테니까.


그래서 이제는 그런 마음이 올라와도

예전처럼 스스로를 탓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해는 이미 하고 있으니까

마음이 따라올 시간만 조금 주면 된다.


사람의 마음은 원래

머리보다 조금 느리니까.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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