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상상한다.
끝이 좋지 않았던 인연을 우연히 마주치는 장면을.
상상 속의 나는 아직 그때에 머문 듯 반응한다.
당황하지 않고 무심히 인사하기도 하고,
인사하기 싫어 모른 척 지나치기도 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먼저 환하게 말을 건네기도 한다.
상상이 현실이 된 순간,
멀리서 서로가 서로를 알아본다.
발걸음은 느려지고, 시간은 더디게 흐른다.
수없이 그려 본 장면들이 막상 눈앞에서
나를 무색하게 만든다.
그냥 지나친다. 괜찮다.
두 번째가 온다면 분명 더 괜찮을 거라고 믿는다.
상대도 나처럼, 그 순간 잠깐 멈췄을 테니까.
사람들은 말한다.
싫어하면 잊혀져 편하고,
미워하면 계속 떠올라 더 고단하다고.
그러나 미워하든, 싫어하든—안 좋은 건 안 좋은 것이다.
아마도 상황과 타이밍이 맞지 않았을 뿐일 것이다.
그는 그의 삶에 충실하고,
나는 나의 삶을 지킨다.
for me, not you.
시간은 나를 버티게 한다.
오늘의 나는, 나를 지키는 선택을 한다.
괜찮다 한 번 말하고, 나를 한 번 안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