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저는 러닝과 거리가 아주 먼 사람이었습니다. 야외활동을 나름 꾸준히 즐기고 좋아하는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러닝에 대해서 만큼은 확고한 거부의사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왜냐고 물으신다면, 무엇보다 러닝을 할 때의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숨, 터질 듯한 심장, 천근만근 무거워지는 다리, 온몸에서 솟아나는 땀을싫어했기때문일 겁니다.
또한, 과거의 저는 식습관도 제멋대로인 사람이었습니다. 몸에 좋고 나쁜 것을 꼼꼼하게 가려서 먹지도않았고, 좋아하는 것을 많이, 자주 먹는 것에 대해서도 딱히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들어 어떤 계기를 맞이하면서조금 더 적극적인 운동과 식습관 개선을 하지 않으면 미래의 나 자신이 꽤나 고생을 할 수도 있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제부터 저는제가러닝 및식습관 개선을 통해 경험한 몸과 마음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풀어보고자 합니다. 다만, 이 이야기는 저의 경험을 공유하려는 글일 뿐, 어떤 가이드를 드린다거나 이것이 맞고 저것은 틀리다 말하려는 목적성을 띤 글이 아닙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과거에 일주일에 1번 정도 약한 강도의 근력운동을 하고 시간이 없을 때는 실내 사이클을 타거나 가볍게 산책을 하는 정도의 미미한 신체활동만을 하며 지냈습니다. 또한,폭식의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무언가가땡길때는 종류를 불문하고 그 즉시양껏 먹고 마시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정제 탄수화물이나 튀김이 땡기면 땡기니까 좀 먹어주고, 액상과당이나 맥주가 땡기면 땡기니까 좀 마셔주고, 좀 많이 먹고 많이 마셨다 치면 사이클 좀 타주다가 산책도 한 번씩 나가주고 하면서 그냥저냥 설렁설렁 살았습니다. 저는 원체 신장이 크기도 하고 오랜 기간 마른 체형을 유지하고 있었던 터라, 조금 더 꾸준하고 격한 운동의 필요성, 식습관 및 식단 개선의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들고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사무직 노동자로 일하는 기간이 점점 길어지기 시작하자, 제 몸은 불평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런 긴장감도, 위기의식도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임했던 건강검진에서 저는 기준보다 높은 당화혈색소 수치, 기준보다 높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 과거 대비 줄어든 근육량과 그에 비해 늘어난 체지방량이라는 결과를 때려 맞았습니다.
원래 마른 편인 데다가 야외활동도 꽤 자주 하는 나 같은 사람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고, 특히 당화혈색소 수치와 콜레스테롤 수치 관련하여서는 약간의 배신감마저 느꼈습니다. "뭐지..? 어떻게 된 거지..?"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그제야 저는 이전의 생활습관을 뜯어고치지 않는 한 이러한 충격이 머지않아 한 번 더 제 뒤통수를 후려칠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바로 다음 날인 2023년 12월 14일부터 저는 무작정 뛰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 천이 있어서 날씨가 좋을 때는 천을 따라 뛰었고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헬스장에 가서 트레드밀을 뛰었습니다. 하지만 말씀드렸던 것처럼 예전부터 뛰는 것 자체에 익숙하지도 않고 뛰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았던 저였기 때문에, 처음 뛰기 시작했을 때는 느린 속도로 5분만 뛰어도 숨이 턱턱 막히고 다리가 아파서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 자신을 위해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그리고 (재능과 운이 많은 것을 결정짓는 특수한 영역이 아닌 이상 적용되는)미약할지라도 꾸준히 하면 반드시 언젠가는 유의미한 결과에 도달한다는'누적효과'의 원리를 떠올리며 버텼습니다.그렇게 매주 30초씩, 1분씩, 5분씩 비록 남들보다 느릴지라도 멈추지 않고 뛰는 시간을 늘려갔고 컨디션이 좋다 싶은 날이면 조금 욕심을 내어 조금씩 더 빠르게 달려보려 노력했습니다.
뛰기 시작한 날부터 식습관 관리에도 들어갔습니다. 우선 체지방량을 줄이기 위해서 식사량을 기존 식사량의 3분의 2 수준으로 줄였고, 특히 그중에서도 탄수화물의 비율을 절반정도로 낮췄습니다. 대신 단백질과 식이섬유, 지방의 비율을 높이고 가공식품은 웬만하면 포함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식단을 구성함으로써 비록 줄어든 양일지라도 먹고 나서 배가 고프지는 않도록 식사의 질적인 부분을 많이 개선하려 노력했습니다.
배달음식, 외식, 간식, 알코올에 대해서도 제한을 두었습니다. 배달음식, 달달한 디저트나 음료 등을 아예 입에도 안 대는 극단적인 방식으로는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장기간에 걸친 유지가 어려울 듯하여, 그러한 것이 너무땡긴다 싶을 때는 한 번씩 먹되 그 빈도를 일주일에 최소 1회, 최대 2회 정도로 제한했습니다.알코올은 그전에도 자주 먹던 편은 아니라 큰 변화를 주었다고 할 순 없지만 약 9개월에 걸친 기간 동안 5회 미만으로 아주 간소하게만 마셨습니다.
사실 러닝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보다 식습관을 개선하는 과정이 제게는 훨씬 더 어려웠습니다.먹고 싶은 것을 다 먹고 마시고 싶은 것을 다 마시던 얼마 전의 습관들이 몸에 너무 깊숙이 배어 있어서 처음 한 달간은 줄어든 식사량과 식사 구성으로 한 끼를 먹고 나면 괜히 입이 간질간질하고 속이 허해서 가끔은 울적해지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또다시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고, 나중에 가서 시작하면 더 어려워질 일이며, 조금씩 무너져가던 나의 몸의 관성을 다른 방향으로 다시 되돌릴 적기는 바로 지금이라고 말이죠.
그리고 그렇게 한 달 반, 두 달 남짓을 하고 나니 이전보다 줄어든 양, 이전과는 다른 구성으로 식사를 하여도 몸이 무언가를 더 달라고 외치는 듯한 느낌이 훨씬 덜해졌습니다. 새로운 식습관에 몸이 점점 더 익숙해져가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고, 이와 더불어 러닝도 (비록 컨디션, 상황 등으로 인해 그 시간이 들쑥날쑥할지라도) 주 5회-6회를 꾸준히 하니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다리가 저리거나 숨이 목 끝까지 차올라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날의 수가 상당히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12월 중순부터 길들이고자 노력했던 이 새로운 습관들은 2월 중순, 3월 말 정도가 되자 (여전히 고단하긴 했지만) 어느 정도는 군말 없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되었고,몸에도 눈에 띄는 변화들이 생겼습니다. 전반적으로 몸의 지방이 서서히 깎여나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고 혈색도 좋아졌습니다.이때부터 제 몸이 그간의 노력과 습관을 좀 더 본격적으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하여 러닝, 식습관 개선과 더불어 약 3개월을 넘어선 시점부터는 근력운동도 병행하면서 그 변화에 가속도를 붙여보고자 했습니다. 예전에는 일주일에 1회 할까 말까 했던 근력운동의 빈도수를 일주일 3회 정도로 늘렸고 러닝은 여전히 주 5회-6회 수준으로 유지했습니다.
다만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에게는 어떤 종류의 새로운 노력이 됐든 간에절대로 나 자신이 질려버릴 정도로 혹은 장기간 유지할 수 없는 정도로는 하지 말자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근력운동은 언제나 30분 이하, 러닝도 (대신 중간에 멈추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최소 15분, 최대 30분 정도로만 진행했고 대신 한번 할 때 제대로 하고, 꾸준히 하는 데 더 큰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24년 8월, 대망의 정기 건강검진날이 돌아왔습니다. 참고로 저는 기대했던 만큼의 변화가 없음을 미리 확인하고 허탈해지는 것이 싫어서 지난 8개월간 의도적으로 체중 및 인바디 측정 등을 전혀 하지 않았던 터라, 다소 떨리는 마음으로 검진에 임했습니다. 검진일로부터 약 3주 뒤 결과를 받았고 제 몸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그리고 목표했던 것보다 더 많은, 현저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선, 8개월 전에 비해 체지방량이 6.5kg 줄어들었고 그에 반해 골격근량은 전혀 줄지 않고 8개월 전과 동일했습니다. 내장지방은 작년에 비해 2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부위별 근육은 모두 현재체중기준 표준/현재체중기준 발달 범위로 들어왔습니다. 기준보다 높게 나왔던 당화혈색소 수치도 정상 범위로 돌아왔습니다. 병원 의사 선생님은 이런 제 변화를 보시고는 근육량을 유지하면서 체중 감량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아주 잘 해내신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설령 그 말씀에 환자 유치라는 비즈니스적 의도가 살짝이나마 깔려있었다고 할지라도,당시 제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습니다.
다만, LDL 콜레스테롤의 수치에는 사실상 변화가 거의없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운동 및 식습관 개선으로 이 정도 변화를 끌어냈는데도 해당 수치에 큰 변화가 없는 걸로 보아서는 유전적인 요인이 큰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실제로 저희 어머니는 이미 해당 수치를 낮추는 약인 스타틴을 복용하고 계십니다.)
다만, 여성의 경우에는 에스트로겐이 LDL 콜레스테롤을 어느 정도 견제해 주기 때문에, 해당 수치가 너무 많이 올라가지 않고 & 중성지방이 낮게 유지되며 & 꾸준한 운동을 통해 HDL 콜레스테롤 또한 기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잘 유지된다면 스타틴과 같은 약 복용을 고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씀을 주셨습니다. 또한, 설령 나중에 약을 복용해야 하는 때가 오더라도,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약을 복용하지 않음으로써 유발될 수 있는 증상/질환/위험을 고려한다면, 약 복용을 하는 쪽이 장점이 더 많다고 덧붙이셨습니다.
다만, 이러한 견해는 해당 의사 선생님의 견해일 뿐, 이게 맞다더라, 그러니까 이렇게 하세요와 같은 특정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가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실제로 LDL 콜레스테롤과 스타틴 복용에 대해서는 온오프라인상에서 이미 서로 너무나도 다른 의견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저에게는 어떤 의견이 '확실히' 혹은 '더' 맞는지 판단할 수 있는 전문 지식과 경험이 없기 때문에, 저는 그냥 약을 먹어야 된다는 말을 듣게 되는 때가 오면 그때 좀 더 파헤쳐보자는 마음으로 생각을 접었습니다.
유전자의 위력(?)을 알게 된 후 내 힘으로 바꾸어낼 수 없는 부분은 어쩔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아쉽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 외 다른 많은 부분들에 대해서는 개선을 이뤄냈기 때문에, 저는 운동과 식습관의 영향력은너무나도 크다는 닳고 닳은 진리를그제야 몸소 깨달았습니다. 몸은 결국 내가 하는 만큼, 내가 주는 대로 반응하는 자연스럽고 직관적인 유기체라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도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이 습관을 잘 유지하며 지내야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몸의 변화와 몸을 위한 다짐을 떠나,정신과 마음을 위해서도 그러한 습관, 그중에서도 특히 러닝을 꾸준히 하는 습관을 오랜 시간 잘 가지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다른 러너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저는'각자에게 맞는 속도로, 혹여나 그것이 가장 느린 속도라 할지라도, 가능한 만큼 계속 뛴다'는 데서 러닝의 의의를 찾았습니다.
진부하고 식상한 말일지 모르지만, 러닝을 시작한 뒤로 저는 '우리 각자가 똑같은 무언가를 할지라도 그 속도와 과정, 결과가 각자마다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마치 러닝을 할 때처럼) 인지하고 살면 각자의 마음을 좀 더 차분하게, 덜 긴장되게 다스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딱히 찾아 듣지도 않았고 좋아하지도 않았건만, "달리기"라는 노래의 가사가 아주 가깝게 와닿는 듯한 느낌도 부쩍 자주 받았습니다.
이러한 소회는 아마 제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과열된 경쟁적 분위기와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일 테지만, 어쨌든 저는 러닝을 함으로써 과열된 분위기나 환경 속에 내던져질지라도자기 자신의 중심과 속도를 잃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 가려 노력하는 것이 스스로의멘탈을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됐습니다.
글의 서두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 글은 저 자신의 개인적이고 특수한 경험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얘는 이랬구나. 그런가 보다.' 하는 정도로 이 글을 가볍게 취급해 주셨으면 합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덜 가볍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러닝은 정말 한번 해볼 만하다'는 것입니다. 비록 저는 뛰기 시작한 지 1년도 채 안된 새싹 러너이지만, 저는 러닝이 저에게계속 살아가야 할 이유를 한 가지 더 만들어주었다고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
삶이 무료하시거나 변화가 필요하신 분들은 그냥 한번뛰어보세요. 높은 확률로 이제까지는 없던 계기를 맞이하시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