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전단지가 떠나질 않았다
어느 날처럼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길, 스튜디오 벽에 붙은 전단지 하나가 눈에 걸렸다.
Pilates Instructor Program.
운동 강사? 그건 완전 몸짱들이나 하는 거 아냐? 그렇게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날 밤, 자려고 누웠는데 그 전단지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당시의 나는, 첫째를 낳고 육아에 파묻혀 살면서 '나'라는 사람이 점점 희미해지던 시기였다. 누군가의 엄마라는 페르소나 속에서 정작 나 자신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 내게 필라테스 강사라는 타이틀은, 잠깐이라도 그 무게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처럼 느껴졌다.
물론 걱정은 끝도 없었다.
프로그램을 못 따라가면 어떡하지? 영어로 다 알아들을 수 있을까? 애 키우면서 시간을 낼 수 있을까? 자격증 따고 나서 취업이 안 되면?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었다. 게다가 프로그램 비용이 $4,500 — 결코 작은 돈이 아니었다.
그때 남편이 말했다. "Go for it, babe."
내가 얼마나 필라테스를 사랑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던 남편의 그 한마디가, 망설이던 나를 움직이게 했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뭐야? 필라테스 러버에서 필라테스 마스터가 되는 것뿐이잖아.
못 먹어도 고— 신청서를 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