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원래 고통스럽다지...
연휴 시작은 시댁 가족들과의 1박 2일 여행으로 열었다. 무려 꽉 찬 일주일이나 되는 이번 추석 연휴의 화려한 시작이었다.
그리고 맞이한 추석당일날. 친정에서는 하루 쉬고 오라고 하루 쉼표를 만들어 주셨다.
등교, 등원 준비도 없고 아침식사 메뉴 걱정도 없는.. 공식적 늦잠을 자도 되는 하루가 마련된 것이다.
슬쩍 깨보니 오전 8시 반. 정확히 아이들 등교 등원 출발 시간에 눈이 떠졌다. 그러고선 대략 삼십 분 간 정신이 깬 채로 있었는데 지금이야말로 조용하게 사색하고 푹 퍼져 쉴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생각이 듦과 동시에 집안일 중 미루고 미뤘던 파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거다.
당장 눈을 뜨고 보이는 관경(?!)중 눈에 거슬리는 것이 벽에 십여 개 마구잡이로 걸려있는 키링, 아이 둘이 다 풀었지만 애착이 생겨 못 버린 문제집 더미, 갈 곳 잃은 큰 인형, 문고리에 겹쳐 걸려있는 애들 가방 등이었다. 기운 있을 때 사부작사부작 정리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공식적 늦잠가능 day"에 이런 광경(?!) 이 눈에 띄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결국 다 내가 할 일" , "미뤄놓은 숙제" 이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휴식이 허락된 하루, 슬쩍 잠에서 깬 상태에서 마주하는 하루 첫 시작의 느낌이 이러하니 괴로운 마음이 뭉게뭉게 일어났다. 이리 뒤척여도 저리 뒤척여도 떨쳐지지 않다가 얼마 전 읽은 책 속 한 문장이 떠올랐다. "삶은 원래 고통스러운 것" 쇼펜하우어의 말이라고 하는데 "원래" 매 순간이 괴로운 게 삶이란다... 하고 곱씹으니 마음이 조금 진정되는 듯했다.
그 대단한 연휴가 다 지난 지금..
꽉 찬 일주일 연휴 동안 무어 그리 대단한 일을 많이 해보겠다고... 작정을 해서 그 아침이 그렇게 괴로웠나 보다 싶다. 휴식도 열심히, 양가에 자식 된 도리도 열심히, 아이들에게 명절이라고 좋은 경험 남기는 것도 열심히 정성껏 하고 싶었던 거다.
곳곳에서 힘을 빼내자. 정작 중요한 순간에 삶의 충만함을 놓치게 되니... 내겐 이 연습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힘을 뺄 때 한번 효과를 봤던 주문.."삶은 원래 괴로운 것"을 되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