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하루

그간의 노력이 쌓여 오늘 하루가 만들어진 것임을

by 서르

놀랄만한 하루를 보낸 어제 우리 아이의 행적을 기록해 본다.


등교 전, 아이가 가장 어렵다 생각하는 수학 문제집 하루 양을 풀고 밥 한 그릇을 다 먹었다.

밥 먹으며 늘 보던 영어영상을 보았고, 수요일마다 학교에 일찍 등원하여 달리기를 하는데 일찍 등교도 성공하였다.


하교 후, 아이는 바로 태권도를 다녀왔고 다녀온 후 스스로 영어방과 후 숙제를 꺼내 들어 숙제를 하고 가서 볼 영어단어시험공부를 했다. (100점 맞아왔다!) 아이에게 주어진 시간은 20분가량이었는데 방과 후 숙제 이후 수학문제집 두 권의 하루 양을 풀고 서둘러 영어수업시간에 가려 출발했다. (지각하지 않아야 칭찬 도장 하나를 받는다.)


영어방과 후가 끝나고 피아노학원을 다녀오니 5시. 평소 같음 6시에 학원일정이 끝나지만 수요일은 한 시간 일찍 일정이 끝나 아이가 킥보드 타자, 영상 보게 해 달라 조르지만 이날은... 무려. 오늘 할 일을 하겠다고 스스로 말했다. 약 45분간 남아있는 학습관련 할 일을 다 했다.


원래 우리 아이는 학원일정이 끝나는 6시부터 7시까지 놀이터에 나가 동네 아이들과 놀지만 어제는 비가 너무 와서 놀이터 일정도 취소했다. 그런데도 6시에 이미 하루치 할 일을 다했다.


우리 아이의 하루 할 일이라는 것은 학습관련된 것과 생활습관과 관련된 것으로 나누는데 우리 아이.. 두 종류의 하루 할 일을 수행하는데 많이 힘들다.


우리 아이는 ADHD약을 먹고 있다.

약을 먹은 지는 6개월가량 되었고 작년, 초등 1학년 때 관련 검사를 했었다. 작년 한 해, 미술치료를 받은 후 올해 들어 약 복용을 시작했다.


입학과 동시에 인정하기 힘든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듣기 힘든 아이의 상태를 듣고 대처해야 했다. 남이 봤을 때는 장난기 많은 남자아이의 어린 행동이지만 담임선생님이 보았을 때 다른 아이와의 차이점이 구별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아이와 울고 웃으며 숨이 턱에 차듯 헉헉거리며 지내온 입학 후 1년 9개월의 시간... 그간 정상범주(이렇게 표현하기 싫지만... 우리 아이가 평균 범주에 들지 않아 약을 먹고 있으니.)에 아이 행동을 맞추고 학습적인 면을 쌓아 올리려 노력한 우리 부부의 노력이 결실이 되어 어제의 모습을 '한번'은 본 것 같아 감격스러웠다.


어제의 일상이 초등 2학년으로 사는 평범한 어린이에게는 대수롭지 않을 모습일지 몰라도.


우리 부부에게는 꿈꿔왔던 하루였다. 집에 들어가서 손 씻기, 밥 먹고 양치하기, 30분 만에 제자리에서 식사하기, 국영수 관련 문제집 조금씩 풀기, 학교 숙제하기 등 일상을 이루는 숨 쉬듯이 당연한 것들이 참 버거웠다.


어쩌다 한 번씩 찾아오는 어제와 같은 날이 자주 있기를.. 매일매일 아이의 일상이 너무 버겁거나 힘들지 않게 느껴지기를.. 조금씩 매일 성장하기를 바라며 기도하는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다.


남편은 아이가 어제 하루 이렇게 지냈다 하니 이번주말에 일기(아이가 가장 힘들어하는 과제) 쓰기 할 때 봐라. 이 감격스러운 하루는 추억이 될 것이라며 찬물 끼얹는 말을 했지만... 그때는 그때이고 오늘은 잠시 이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

2025.9.24.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