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흔들릴 땐

몸을 움직여.

by 서르

하루는 더디 가는 것 같은데 일주일은 금세 지나가고... 한 달 일 년도 금방이다. 10월 한 달은 연휴도 1주일이나 됐었고, 집 화장실 공사 때문에 1주일 조금 안되게 친정 신세를 지고.. 짧은 1박 2일 여행까지 줄줄이 이어 마치니 어느새 달의 마지막 날이 코앞이다.

우다다다 일상 같지 않았던 나날이 지나고 머릿속 잡음이 되려 덜해졌다. 그사이에 완연한 가을날이 되었고... 아이들 등교등원을 마치고 자연스레 몸이 집 뒤에 있는 산으로 향했다.


나는 우리 집 바로 뒤에 얕은 산을 좋아한다. 잰걸음으로 30분가량이면 정상까지 다녀올 수 있고 살짝 땀이 맺힐 때쯤이면 정상이라 살짝의 성취감도 있다. 얕지만 다양한 길과 풍경도 가지고 있어서 지루하지도 않다. 휴직하고서야 보고 느낄 수 있는 집 바로 뒤 산... 9년을 살았어도 이렇게 즐긴 건 고작 2년여 밖에 안되는 거 같다.


산을 오르면서는 이어폰을 끼지 않는다. 낙엽 밟을 때의 바스락 소리, 지저귀는 산새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소리들은 큰 소리가 되어도 소음이 되진 않는다.

작년 이맘때.. 나는 이 좋은 산에 앉기 좋은 돌 하나를 기억해 두고 그렇게 틈만 나면 산에 올라 돌에 앉아 눈물을 흘렸었다. 울며 산에서의 소리와 공기를 마시며 달래져서 내려오곤 했는데... 그게 정확히 일 년 전이다. 아이 때문이었다. 1학년이었던 우리 아이는 가다듬어지지 않아 월에 한두 번 학교에서 전화가 오곤 했다. 그럴 때마다 출렁 출렁이는 마음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부모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데... 내가 가장 휘청이는 느낌이었던 거다.


지금이라고 내 상태가 크게 다르진 않지만 더딘 하루, 빠르게 지나는 한 달을 거쳐 우리 아이는 분명히 성장했다. 가랑비 옷 젖듯이 매일매일 무언가를 하려고 노력하고 애쓰다 보니 '분명' 성장했다는 말을 자신 있게 할 수가 있을 정도가 되었다.


흔들릴 때마다 정답을 찾아 헤매었지만... 정답은 딱히 없었고, 그래도 잔잔할 수 있도록 도와준 주변 환경에 감사한다. 얕은 산, 낮은 동산에 몸을 움직여 올라 울고 느끼고 잔잔해지며 정리된 감정은.. 지금이라 느낄 수 있는 감정일터.


올해 가을 산에 오르면서는 복직을 마음먹었다. 이젠 내가 자주 앉는 돌에서 눈물이 나지 않고, 아이도 나도 안정이 된 거 같고.. 무엇보다 여백과 같은 시간을 견디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솔직히는 다시 전쟁터(?!) 같은 직장에 나가 여러 사람 부딪히다 퇴근하고, 집에 다시 출근하는 느낌으로 하루이틀 사는 게 두렵지만... 1년 8개월, 휴직기간 중에 아이 이만큼 키웠고 나도 사색 같은 사색을 하게 되었으니 얻은 것도 있다 생각하며 다시 시작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