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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로 삶을 바꾸는 사람들

by 그레이스웬디

많은 사람들이 독서노트를 썼으면 하는 바람은 나를 또 오지랖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지금은 잠시 멈추었지만, 독서노트를 쓰는 모임을 만들어 약 6개월간 운영했었다.

지금 멈춘 이유는 내가 너무 힘이 들어서이다. 사람들은 대개 스스로 하려 하기보다 이끌어주기를 원했다. 개인마다 성향이 다르고, 모두 원하는 것이 다른데 어떻게 내가 일일이 끌어줄 수 있겠는가.

독서모임보다 독서노트 쓰기 모임은 에너지가 두배로 드는 일이라는 걸 시작하기 전엔 알 수 없었다.

아무튼 나는 충전 중이고 추후에 다시 또 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 외에도 잘 따라와 주면서 나를 보람차게 만든 멤버들도 분명히 있었으므로, 오늘은 그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이 연재를 마칠까 한다.


독서노트 쓰는 모임을 어떤 식으로 운영할까 하다가 일단은 모두 같은 책을 읽기로 했다. 독모처럼.

그래야 그 책을 읽은 뒤 독서노트를 쓸 때 멤버 간의 공감도 수월하고, 어떤 부분에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내가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책은 독서노트를 쓰기 적합한 세계문학으로 지정했고, 그렇게 모임은 시작되었다.


책이라고는 육아서밖에 안 읽으며 살았다는 육아맘 A 씨는 고전소설의 매력에 점점 빠지고 있었다.

독서토론을 통해 생각을 확장시키고 책을 더 넓게 이해하는 것도 좋았지만, 독서노트를 쓰다 보니 토론할 때와 서평을 쓸 때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맹목적이었던 독서가 점차 목적을 가진 독서로 확장되었고, 연계독서도 가능해졌다.

독서노트를 쓰기 시작했더니 토론에서나 서평 쓰기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의문점들과 궁금증, 더 나아가 호기심과 상상력까지 총동원되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한다.

독서노트를 쓰면서 가장 좋았던 건 질문 만들기였다고. 처음엔 어려워서 자주 패스했던 부분인데, 질문을 만들려고 고심하는 사이 자기도 모르게 사고가 넓어지고 있더란다. 그래서인지 독서토론할 때에도 굉장히 발전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A의 성향은 골똘히 생각하는 것을 즐기는 성향이었다. 그냥 휘리릭 지나치지 않고 이건 왜 그럴까? 하고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사람. 천재성이 있나? ㅎㅎ아무튼 그녀는 그런 사람이었으니 당연히 질문 만들기가 가장 좋았으리라 이해되었다. 그녀는 벌써 독서노트 3권째를 쓰고 있다. 나만큼 열심히 쓰는 사람은 내 주변에 그녀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한 권은 선물로 보냈다.


책 읽을 시간도 겨우 내는데 독서노트 쓸 시간은 도저히 엄두가 안 났지만, 어떻게 쓰는지 알아나 두려고 왔다던 워킹맘 B 씨. 그녀는 책을 무척 좋아한다. 바쁜 일상 중에서도 지하철 안에서 독서를 하는. 어떻게든 책을 읽으려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다. 책을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들은 역시나 기록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독서노트는 필사로 채우는 노트가 아니기에 진짜로 따로 시간을 내야만 하는 일인데, B 씨의 상황이 안타까웠다. 도저히 시간이 없을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모르는 것보다 알게 되면, 알고 나면 어떻게든 의지가 솟지 않을까요? 하는 그녀의 말에 나도 공감했다.

독서노트에 대해 알고나더니 자기는 어떻게든 또 써야겠단다. 그동안 이걸 안 해서 뭔가 자꾸 독서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던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그녀는 아침 기상 시간을 당겼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좋다. 하고자 하는 의지를 못 말리는 사람들. 자주 만날 수 없는 보석 같은 사람들이다.

초등학생이 숙제검사를 맡듯 나에게 따박따박 검사해 달라는 사람들. 잘했다고, 대단하다는 말 밖에 그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겠는가. 내용이 부실한 것은 점차 채워질 것이고, 해보지 않았던 사람이 완성까지 해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이미 그녀에게 충분한 동기와 성취가 되었다.

첫 독서노트를 쓰고 그녀가 한 말은 "와~ 이거 어떻게 그렇게 매일 써요?"였다. "저도 매일 안 써요. ㅎㅎ써야 할 책을 읽었을 때만 써요" "아무 튼요, 어떻게 써야 할 책을 만날 때마다 쓰냐고요 ㅎㅎ" "쓰다 보면 쉬워져요 ㅎㅎㅎ" 내가 해줄 말은 이게 전부였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론적 대답이다.

그녀는 그렇게 힘들게 독서노트를 쓰고 나서 당장 때려치울 기세였지만, 야금야금 지금도 쓰고 있다고 했다.

잘 안 써질 것 같았는데 왠지 안 쓰면 찝찝함이 생기더라면서, 독서노트를 쓰니 확실히 그 책에 대한 정리가 되어서 안 쓰면 안 읽은 것 같다는 내 말이 백분 공감되더라면서.




일일이 나열할 순 없지만, 내 독서노트 판매량을 보면 확실히 사람들은 독서노트 쓰기를 갈망한다는 사실은 알 수 있다. 이왕 샀으니 한 권을 끝까지 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시 독서노트모임을 오픈할까 하는 마음도 생기는데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말이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 실행해 보는 것이 답이다. 직접 써보면 써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으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쓸 수 있게 된다.

책을 정말 사랑한다면, 책을 통해 내가 뭔가를 얻고 싶다면, 변화하고 싶다면 읽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반드시 기록으로 이어져야 한다.

독서노트를 쓰면서 책 속의 주인공들과 다시 만나고, 작가와 1:1 대화를 하고 그러면서 나도 모르던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처음이 어렵지. 뭔들 이즈 안 그러겠는가.


이 연재가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도시락을 싸서 쫓아다니면서 독서노트를 꼭 쓰라고. 일기는 안 써도 그것만은 꼭 해보라고 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그 마음을 오롯이 담았다.

처음 연재를 생각할 때 '독서노트 쓰는 것'에 대해 뭐 연재까지 할 말이 있을까 싶었는데, 그래도 어찌어찌 17화까지 이어온 스스로가 대견하다.

그동안 공감으로 마음 표해주고, 읽어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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