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성향은 모두 다르므로.
많은 사람들에게서 질문을 받는다
"독서노트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내가 먼저 묻고 싶은 건 이것이다.
"당신은 어떤 스타일의 사람인가요?"
당신의 성향이 곧 당신의 독서노트를 결정한다.
사람은 모두 성향이 다르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독서노트를 만나왔다. 내가 쓰는 독서노트 말고 다른 사람들의 독서노트도 그렇게 만나봤다. 짧게 쓰는 사람, 길게 쓰는 사람, 길다 못해 구구절절 다 쓰는 사람, 정리를 잘하는 사람, 감정 위주로 쓰는 사람, 문장만 베껴 쓰는 사람. 독서노트를 보면 그 사람의 성향이 보인다. 그 사람이 무엇을 우선하는지 알 수 있다.
각각의 독서노트마다 쓰는 사람의 리듬과 색깔이 선연하게 보인다.
하지만 그 많은 형태의 독서노트 중에서 무엇이 잘 썼고 무엇이 잘못 쓴 노트라고는 말할 수 없다.
사람마다 자신에게 필요한 인사이트가 다르고, 받아들이는 형식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필사만 해도 그것에서 충분한 배움을 얻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요약을 잘해두어야만 배움으로 연결되기도 하므로.
하지만 내 성향과 상관없이 남이 쓰는 대로 따라 쓰거나 흉내내기만을 한다면 그야말로 시간낭비가 될 것이다,
사실은 요약을 해야만 얻는 사람인데 나열만 해두었거나, 사실은 필사문장에서 더 많은 걸 얻는 사람인데 요약만 해두었거나 그 어떤 방식도 나의 성향에 맞지 않는 방식으로 기록을 하면 하지 않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독서노트에도 스타일은 있기 마련이다.
감성형들은 문장을 위주로, 감정을 중심으로 필체마저 분위기 있게 쓰는 걸 좋아한다. 예쁘게 꾸미는 것도 좋아하고. 분석형은 요점을 정리하고 구조화를 시키며 인용과 메모와 생각을 구분 짓는다. 창작형들은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글쓰기를 하거나 질문 만들기와 사고를 확장시키기 위한 기록을 한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스타일을 모두 다 한다.
요점 정리를 하고 구조화시키는 마인드 맵을 그리고 인용하는 문장을 쓰고 그 아래 나의 생각과 감정을 적고, 질문 만들기를 하면서 사고를 확장시키고 마지막엔 예쁘게 꾸미는 것까지 다 한다.
나라고 처음부터 이 모든 스타일을 다 적용한 것은 아니었다. 순차적으로 하나씩 늘려나갔고, 지금은 그래서 감성도, 분석도, 창작도 모두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독서노트 쓰기를 꼬박 2년이 넘도록 했으니 멀티가 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건지도 모르겠다.
독서노트를 쓰는 데 정답은 없다.
대신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일은 꼭 필요하다.
맞는 방식일수록 오래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완벽하게 잘 쓸 수 있다 한들 지속성이 떨어지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처음엔 잘하지 못하더라도 조금 쉽게 접근해 오래 쓸 수 있는 방식이 훨씬 좋다. 방법은 시간이 쌓일수록 더 심오해지고, 다양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독서노트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하는 분들은 이렇게 체크를 한 번 해보자.
나는 감성에 이끌리는가. 구조에 이끌리는가?
노트에 적을 때 '정리'가 중요한가, '표현'이 중요한가?
내 노트는 나에게 어떤 역할을 해주면 좋을까?
이 질문을 조용히 응시하며 답을 찾아보라. 그러면 답을 찾기 위해 자신을 먼저 돌아보게 될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떤 성향인지를 진지하게 다시 찾아볼 수 있는 일거양득이 된다.
답을 찾았다면 당신의 독서노트 색깔을 찾은 것이다. 스타일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방식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것이다. 흔들리지 말아라.
이게 맞나? 의심하지 말고 그냥 직진하면 된다. 이게 맞나 하는 의심도 양이 차야 가능하다. 시작도 하기 전에 이게 맞는지를 의심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뭘 알아야, 뭐라도 해보고 느껴봐야 그다음에 의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른 사람의 노트는 영감이 될 수는 있지만, 비교의 대상이 되어버리면 금세 지치게 된다.
나의 노트는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단 하나의 기록이다. 그 자체로도 이미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