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의 힘 이런 거야?

내가 너희들 접수한다.

by 그레이스웬디

구월이가 많이 컸다.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 딱 3배로 큰 것 같다.

병원에서는 구월이가 엄살이 심하다고 했다. 그냥 흘려들었다.


집에서 가끔 장난을 칠 때나, 여전히 배변을 못 가려 앞발을 잡고 훈계 좀 하려고 치면 엄청 아픈 소리를 낸다.

엥? 난 그냥 니 팔만 잡고 있는데?

그래서 알았다.

아 얘 엄살 진짜 쩌는구나~~


배넷털을 미용한 지 한 달 조금 넘었다. 너무 털이 많이 자라서 내가 미용을 했다.

어떻게 매번 미용실을 가겠니. 이래 봬도 엄마가 가위 좀 만진단다.

예전에 장군이도, 친정집에 있는 콩쥐도 다 내가 털도 잘라주고 발톱도 깎아주는데

구월이는 와~~~ 얘처럼 힘든 애는 없었다.

심한 엄살 덕분인지 발톱에 대기만 해도 끙끙 앓는다.

나 진짜 이런 개 첨봐 ㅎㅎㅎㅎ

이거 쇼맨십이 보통이 아니다.

어디 연기 잘하는 개 필요하신 곳 없나요?


울집 여덟 살이 다리를 잡고 내가 품에 안고 생쇼를 해도 발톱 하나도 못 자른다.

힘은 또 어찌나 세신지 도저히 우리 둘이는 안 되겠다고 조만간 미용실에 가야지 생각하다가

남편에게 말을 한 번 해보았더니, 나보고 잡으면 자기가 자르겠단다.

남편이랑 나랑 둘이 잡고 또 생쇼를 하는데..

안 그래도 오늘은 칭찬에 대한 글을 써야겠는데 뭘 쓰나.... 종일 고민 중이었던 김에, 테스트 한번 해봐? 하며 구월이를 잡고 칭찬을 마구 해대기 시작했다.


아직 발톱 한 개도 못 잘랐는데 몸통을 끌어안고 얼굴을 내 얼굴에 바짝 붙이고 귀에다가 말했다.

"오구오구 잘하네. 우리 구월이. 옳지 잘하네.. 다 하고 까까 먹자~ 옳지 옳지~~"

그러는 틈에 딸깍. 남편이 발톱 하나를 깎았다.

더 크게

"오구오구 우리 구월이 잘~~ 하네~~~. 이렇게 잘하는걸? 옳지 옳지~~ 거봐 할만하지? 안 아프지? 오구오구 잘한다 오구 이뽀라~~"

폭풍 칭찬을 마구마구 던진다.

그런데 정말 깽 소리는커녕 끄으... 응 하는 소리조차 내지 않는다.

어머, 얘 진짜 웃긴다. 뭐야 뭐야 그동안 정말 쇼한 거야?

그렇게 깽 소리 한 번 안 내고 구월이는 발톱 10개를 다 잘랐다.


와 너무 신기하고 웃기고.

요놈이 여시짓을 하는 것도 웃긴데 세상에 정말 칭찬은 이렇게 효과가 있는 거냐며 남편에게 연신

"봤지? 봤지? 와~~ 신기하네 정말. 무슨 마취주사야? 와~~ 대박 대박"

나 혼자 호들갑 장착하고 나야말로 난리가 났다.

너무 신기하잖아~~~ 그냥 잘한다고 착하다고 칭찬만 했는데 어떻게 바로 발톱을 잘 깎을 수가 있냐고~~


우리 집 여덟 살은 나에게 자주 말했다.

"엄마 나는 칭찬이 부족해. 더 많이 해줘"라고 했었다.

나는 칭찬에 인색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집 여덟 살에겐 늘 부족했다고 한다.

오늘 구월이를 통해서 검증된 바 앞으로는 무조건 칭찬부터 하고 봐야겠다.

여덟 살 말마따나 울집 남편도 울집 아들도 칭찬을 하면 더 잘하는 스타일이긴 하더라만.


우리 집 세 남자. (구월이도 수컷이니 ) 어쩜 댕댕이까지도 칭찬에 그렇게 약하다니~~?

대신 나에겐 아주 좋은 무기가 생겼다 ㅎㅎㅎ

목청을 아껴가며 칭찬으로 너희 셋!! 내가 다 접수하겠어!!!!


접수는 접수대로 하고 나에게도 칭찬 좀 많이 해주자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오늘도 예쁘네~~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러다가 정말 나이 먹고 공주병 걸릴까 봐 조심스러웠는데 까짓 거 공주병 좀 걸리지 뭐.

혹시 알아? 정말 매일 예뻐질지~~ 끌어당김의 법칙은 이럴 때 쓰는 거라며, 나에게도 매일 칭찬 하나씩 해주겠다고 다짐한다.

칭찬의 효과를 똑똑히 보았으니 말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있다.

이건 로젠탈 효과와도 비슷하다. 긍정적인 면을 극대화시켜 자아 존중감을 높이기 위함이다.

내 아이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 칭찬이지만, 꼭 아이가 아니어도 인간관계에서 칭찬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스스로를 칭찬하는 일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책에서 말했다.

사실 칭찬을 했을 때 그 효과를 기대하고 칭찬을 의도적으로 하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 나는 오늘 그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의도적으로 칭찬을 했고, 바로 그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댕댕이지만. 아니지? 댕댕이니까 더 확실한 거지. 댕댕이나 범고래나 뭐가 다르담 ㅎㅎㅎ

그래서 칭찬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완전 대박이었다!


한 줄 요약 :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엄살쟁이 댕댕이 발톱도 깎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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