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으로 관계맺기

영웅의 귀환

제7장. 히어로즈 저니의 끝

지금까지 우리는 조셉 캠벨이 말한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을 걸어왔습니다. 심리학적으로 응축하여 병리적인 의존(환경 지지)에서 시작해, 고독한 시련(자기 지지)을 거쳐, 마침내 영웅(자유인)으로서 세상과 조우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이제 뒤돌아서서 게슈탈트 기도문이라는 숲 전체를 조망해 보도록 합니다.


나는 나의 일을 하고, 당신은 당신의 일을 합니다.

I do my thing and you do your thing.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당신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I am not in this world to live up to your expectations,


그리고 당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또한 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And you are not in this world to live up to mine.


당신은 당신이고, 나는 나입니다.

You are you, and I am I,


만약 우연히 우리가 서로를 만나게 된다면, 그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입니다.

and if by chance we find each other, it's beautiful.


만일 그렇지 못한다 해도,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If not, it can't be helped.



1단계: 떠남(Departure)


여정의 시작은 익숙한 세계와의 결별입니다. 펄스는 첫 세 문장을 통해 우리가 안락하게 여기던 의존의 세계를 파괴합니다.


나는 나의 일을 하고, 당신은 당신의 일을 합니다.

I do my thing and you do your thing.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당신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I am not in this world to live up to your expectations,


그리고 당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또한 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And you are not in this world to live up to mine.


우리는 1장과 2장을 통해 '기대(Expectation)'가 사랑이 아니라 '부채(Debt)'임을, 그리고 타인의 시선이 우리를 감시하는 '원형 감옥(Panopticon)'임을 확인했습니다.


이곳에서 영웅은 자신을 지탱하던 환경 지지(타인의 인정, 부모의 보호)라는 심리적 탯줄을 스스로 절단합니다. 서로를 채무자와 채권자로 묶고 있던 사슬을 끊어내고, 관계의 장부를 '0'으로 청산하는 해방 선언을 하였습니다. 비록 이 과정이 비정해 보일지라도, 이것은 우리가 '기능(Function)'이 아닌 '존재(Being)'로서 서로를 마주 보기 위한 필수적인 통과의례입니다.


2단계: 입문(Initiation)

탯줄을 끊은 영웅은 이제 거친 황야에 홀로 서게 됩니다. 이곳은 고독과 시련의 장소입니다.


당신은 당신이고, 나는 나입니다.

You are you, and I am I,


이 단계는 자아의 응고(Solidification)입니다. 부채를 청산한 자아는 자칫 공허해질 수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제3장과 6장에서 다룬 '분리의 지혜'와 '고독의 기술'입니다. "나는 나다"라는 동어반복의 선언은 외부의 바이러스(타인의 감정, 비난)가 침투하지 못하도록 무너진 심리적 세포막을 복구하는 작업입니다.


이곳에서 영웅은 고립(Isolation)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고독(Solitude)의 충만함으로 나아갑니다. 흐물흐물한 액체 상태의 자아를 단단한 고체로 만들어, 융합이 아닌 접촉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고통스럽지만 중요한 탈태의 과정입니다. 자기 지지(Self-support)는 바로 이 고독 속에서 완성됩니다.


3단계: 귀환(Return)


자기 지지를 완성한 영웅은 이제 다시 세상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예전의 그 의존적인 아이가 아닙니다. 그는 이제 '만남'과 '거절'이라는 두 개의 검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관계의 소드 마스터가 되어 있습니다.


만약 우연히 우리가 서로를 만나게 된다면, 그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입니다.

and if by chance we find each other, it's beautiful.


만일 그렇지 못한다 해도,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If not, it can't be helped.


마지막 단계는 이 게슈탈트 기도문의 하이라이트인 자유 의지의 실현입니다. 우리는 4장과 5장을 통해 '우연(Chance)'의 미학과 '어쩔 수 없음'의 능동적 힘을 통찰했습니다.


능동적 거절 : "만일 그렇지 못한다면(If not)." 상대가 필연을 가장하여 나의 영토를 침범하거나 신경증적 요구를 해올 때, 영웅은 "어쩔 수 없다"는 검으로 단호히 베어냅니다. 이것은 상대의 기대에 부응하기를 거부하는 현존적 태도입니다.


아름다운 만남 : 이 거절의 힘이 있기에, 우리의 만남은 의무가 아닌 선택이 됩니다. 강요되지 않은 우연한 마주침, 그 찰나의 불꽃만이 비로소 '아름답다'는 형용사를 얻을 자격이 있습니다. 이것은 결핍의 연대가 아니라, 차고 넘침의 나눔입니다. 이것이 이 글을 통하여 제가 전하고자 하는 현존의 관계맺기입니다.


우리는 흔히 사랑을 '융합'으로 착각합니다. "우리는 하나야", "영원히 함께해야 해." 이것은 판타지입니다. 판타지는 달콤하지만, 현실의 파도와 부딪히면 반드시 깨집니다. 펄스는 이 기도문을 통해 관계의 판타지를 깨부수고, 그 자리에 차갑지만 가장 단단한 실존의 관계를 세웠습니다.


환상의 관계: 내가 노력하면 너를 바꿀 수 있다. 우리는 서로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 (결과: 실망, 원망, 통제)

실존의 관계: 나는 너를 바꿀 수 없다. 우리는 각자의 궤도를 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연히 불꽃이 튈 때, 우리는 뜨겁게 사랑한다. (결과: 존중, 감사, 자유)


제목은 '기도문(Prayer)'이지만, 신에게 비는 기도가 아닙니다. 이것은 자기 자신에게 거는 주문이자, 매 순간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는 나침반입니다.


독립된 '나'와 독립된 '당신'이 만나는 그 기적 같은 찰나(Moment). 과거의 부채도, 미래의 약속도 없이 오직 '지금-여기(Here and Now)'에서의 복음이기도 합니다.

두 그루의 나무처럼 나란히 서서 가지를 맞대고 춤추는 삶의 태도에 대한 아름다운 시였습니다.


이것으로 게슈탈트 기도문의 지도를 마무리합니다. 하지만 지도는 영토가 아닙니다. 이제 이 지도를 들고 자신의 영토, 자신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갈 시간입니다.


이제 자신의 씽(Thing)을 하십시오. 그리고 우연히, 우리가 춤추는 별이 되어 만난다면 그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