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나라
2002년
붉은 응원 물결이 조용한 부여조차 뒤덮고 있었다.
월드컵 4강 진출,
그것은 마치 선진국 진입을 선언하는 듯하였다.
학예사인 세이는 날마다 월드컵 응원하느라 호프 집에 끌려 다니고 있었다.
오늘도 일찌감치 이선빈식 호프집행 응원 확정이었다.
세이는 나가기 전 박물관 전시실을 둘러보다 금동대향로를 보며 중얼거렸다.
“너, 볼수록 끌린단 말이지~ ”
사실 서울로 올라갈 기회도 있었지만 발굴 때의 감동 때문에
세이도, 이선빈도 백제금동대향로가 있는 부여박물관에 근무하게 된 것이다.
박물관 문을 나서자 하늘에
<대한민국 선진국 진입>
모 정당의 애드벌룬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에휴… 우리나라가 뭔 선진국이래…”
그녀의 얼굴에, 부드러운 바람이 스쳤다.
그 바람이 너무 부드러워서 세이는 잠시 눈을 감았다.
“야!”
이선빈이 볼에 손가락을 대어 깜짝 놀래켰다.
“악! 깜짝이야. 이 바보가!”
깜짝 놀란 세이가 이선빈의 등 짝을 때리려고 하자
붉은 악마 응원복을 입은 이선빈이 정문 쪽으로 날쌔게 달아났다.
세이가 쫓아가며 소리쳤다.
"야, 이 빨강 악마 자식아-"
지나가던 사람들이 키득거리자
세이도 이선빈도 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