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나'를 찾아서(5)

by 든든

공부를 다시 하기로 마음을 먹은 건 고3이 되기 전 겨울 방학이었다.

특별히 고3이어서 공부를 했다기보다는 뭔가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물론 외부의 압박도 있었다.

더 이상 반항 할 생각은 없었다.

놀만큼 놀았으니 이제는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공부에 대한 답은 못 찾았다.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행복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내 말을 들어주고 지지하는 사람이 생겼을 뿐이었다.

아주 작은 변화처럼 보이는 한 사람이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엄마는 나에게 영어 공부만이라도 꼭 하라고 했다.

영어 공부는 뭘 해도 쓸모가 있다는 게 엄마의 의견이었다.

크게 이견을 갖지 않았던 나는 영어 공부를 주도적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영어 과외를 시작했다.


과외 선생님과의 영어 공부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이전에 외우고만 있던 문법을 정리해 주시니 실력이 느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도 나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영어에 흥미가 생겼다. 영어보다는 언어가 재밌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내가 이과생인 줄 알았다.

어렸을 때 수학을 좋아했다.

답이 떨어져서,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 편했다.

국어가 싫었던 게 아니라 국어를 재미있게 알려준 사람이 없었다.

사회도 마찬가지, 영어도 마찬가지.


만약 재미있게 알려준 사람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내가 있는 대안학교는 아이들이 생각하고,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학교에 근무하면서 나도 이런 수업을 받았으면 어떤 사람으로 성장했을까를 생각해보곤 한다.

(물론 이게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영어를 시작으로 다른 과목들까지 하나씩 공부하기 시작했다.

영어만큼 재밌지는 않았다. 그냥 해야 하니까 할 뿐.

고3 시절 가장 큰 수확은 영어의 즐거움이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나는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던 10대 생활은 대학교 합격이라는 것을 마지막으로 끝을 냈다.

대학교는 앞서 말한 것처럼 신학교를 갔다.

하고 싶은 게 분명해졌다고 생각했다.

지금 돌아보면 하고 싶은 게 분명해진 것은 아니었다.

정확히는 내가 가야 할 방향이 정해졌다.


당시에는 도저히 앞 길이 보이지 않았다.

티 내지는 않았지만 매일매일이 불안했다. 나 자신에 대한 신뢰도 없었다.


학창 시절 때 뭐 했냐고 묻는다면..

공부를 죽어라 열심히 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엄청 놀지도 않았다.

남들 다 하는 연애 한번 하지도 않았다.

운동은 열심히 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했고, 찾았다.


현실의 나도 여전히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갖고 산다.

결혼도 했고, 직장도 있지만 여전히 고민을 한다.

이제는 내가 어떻게 살지가 아니라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 고민해 볼 때인 것 같다.

그런데 자꾸만 내 안에 가장 중요한 가치보다 눈앞의 것에 현혹되기도 한다.


그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가정이 생겨서인 것 같다. 현실을 무시할 수가 없다.

겨우 나를 책임질 수 있을 때가 되니, 이제는 남을 책임져야 할 때가 왔다.

남을 책임질 수 있는 힘이 생기니 결혼을 할 수 있었나 보다 싶다.


현실보다 내 안의 가치를 따라온 인생.

끝까지 현실이 아닌 이상을 좇아 살아가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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