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무기력함을 느낀다. 남들은 다 잘 사는 것 같고, 뭔가 성취를 이루는 것 같은데 나만 정체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느낌은 사실이 아니지만 느낌이라는 옷을 쉽게 벗을 수 없다. 설거지할 때 그릇에 묻은 기름기가 잘 안 지워지는 것처럼 느낌도 그렇다. 계속 찝찝하다. 언제부터였을까? 어느샌가 남들과 비교를 하고 스스로를 깎아내리기 시작했다. 자존감도 점점 바닥을 치는 요즘이다.
이런 감정은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다. 10대 사춘기 시절 나는 깜깜한 터널을 지나는 것 같았다. 긴 터널을 지날 때 가장 힘들어지는 순간은 바로 끝이 보이지 않을 때이다. 하루 일과를 시작한 직장인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건 퇴근 시간이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훈련소에 막 입대한 군인이 군대 안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은 전역 날을 기다리는 것이다. 긴 여정을 걸어갈 수 있는 힘은 끝이 보이기 때문이다. 사춘기 때 나는 터널을 지나면서 끝이 보이지 않았다. 끝이 보이지 않으니까 주저앉게 되었다. 터널의 끝은 소망이다. 갈 길이 보이지 않지만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은 소망이다. 소망이 없으면 무너지게 된다.
나는 지금 다시 한번 소망이 사라졌다. 매사에 부정적으로 보는 소망이 없는 게 아니다.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 고민을 시작하게 된 건 한 가정의 가장이 되고 나서부터였다. 지금 당장 가장의 역할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충분히 만족할 만하게 살고 있다. 그런데 어느샌가 내 안에 욕심이 생겼다. 여기서 뭔가를 더 해보고 싶다는 욕구는 나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래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시도해 보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열정이 식어가면서 내가 뭘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걸 전문 용어로 현타라고 하는 것 같다. 연타가 세게 와서 나는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멀쩡했던 자존감을 스스로 바닥 치게 만들었다. 이것도 인생에서 한 번쯤은 마주할만한 좋은 경험인 걸까?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감정은 내가 뭘 두려워하고, 뭐에 취약한지를 알려주었다. 나도 모르게 여전히 나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인정 욕구였다. 나는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좋아한다는 표현도 사실 약하다. 인정받는 게 내 삶의 전부인 것 같다. 남들에게 인정받는다는 것이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처럼 만들어낸다. 예전에 상담을 받았을 때도 나에게 이런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다. 그때 당시에도 인정욕구로 인해 스스로 힘들어하는 걸 해결하려고 했었다. 상담을 받고 나서는 이전보다 괜찮아졌었다. 다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나에게 문제로 남아있다. 속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모습도 나니까.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을까?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좌절의 시기라면 언제 가나에게 한 번쯤은 있어야 할 시기인 것이다. 그게 지금인 거고. 그렇다면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인정 욕구에 대해서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할 때이자, 내가 한 걸음 성장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해 보려고 한다.
+추가적으로 해야 될 행동과 답을 찾아야 할 고민들을 해봐야겠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것.
스스로를 너무 깎아내리지 않는 것.
지금 내 삶에 중요한 게 뭔지 우선순위를 정해보는 것.
나는 왜 인정받고 싶어 하는지 고민해 보기. 인정을 안 받으면 어떻게 되나? 어떻게 되면 어떻게 되지. 네 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