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소리, 이어가야 할 관계
내가 매주 방문하는 어르신들은 대부분 난청을 겪고 계신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외부 소리에 반응이 늦고, 보청기를 착용하셔도 기계음 때문에 불편함을 호소하신다. 글을 아시는 분은 메모지나 태블릿으로 소통하고, 음성을 글자로 변환해 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시기도 한다. 그러나 난청이 심한 분은 머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말하지 말고 간호만 받고 가세요”라고 말씀하신다. 어떤 어르신은 보청기 가격 때문에 접근하기 망설이기도 한다. 난청은 단순한 청각 손실이 아니라, 소통과 관계의 벽이 될 수 있다.
청각은 태아 시기부터 발달해 언어와 사회적 관계의 토대를 다진다. 어린 시절 청력이 온전해야 또래와의 소통, 학습, 감정 표현이 자연스럽다. 성인이 되어서는 사회적 관계와 직업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노년기 청력 저하는 외로움, 우울, 인지 기능 저하를 불러와 삶의 질을 흔든다. 나는 매번 어르신들의 귀와 마음 사이에 놓인 미세한 거리를 느낀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40대부터 난청이 시작되어 70대에 이르면 약 64%가 난청을 경험하며, 전 연령 평균은 19.5%이다. 또한 65세 이상에서는 경증부터 중등도 난청까지 포함한 난청 비율이 69.7%, 중등도 이상은 36.8%에 달한다. 이 통계는 난청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그림자임을 보여준다.
보청기는 시대를 거치며 놀라운 진화를 이루었다. 17세기 귀 나팔부터 1898년 전자식 ‘아쿠오폰’, 1920년대 진공관, 1950년대 트랜지스터, 그리고 현재의 디지털 보청기까지, 소음을 줄이고 환경에 맞춰 자동 조정되는 기술이 발전해 왔다. 난청 어르신의 소통을 다시 이어주는 작은 다리가 바로 보청기다. 어르신이 한쪽 귀에 조심스럽게 보청기를 끼울 때면, 손끝으로 전해지는 진동만으로도 그분의 세계가 조금씩 열리는 느낌을 받는다.
역사적으로 난청은 삶의 궤적을 바꾸기도 했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은 청력을 잃는 고통 속에서도 ‘운명 교향곡’, ‘합창 교향곡’을 완성했다.
“운명을 목덜미에 잡고 그것이 나를 완전히 압도하지 못하도록 하겠다” - 베토벤
반면 프랑수아 드 오를레앙은 난청으로 어린 시절부터 공적 직위에서 물러나야 했다.
“더 크게 말해 주세요, 나는 말뚝처럼 귀가 멍합니다” - 오를레앙
빅토르 위고는 오를레앙의 말을 기록했다. 난청은 귀의 문제가 아닌, 삶과 사회를 흔드는 문제였다.
과학적 연구는 난청과 인지 기능 저하, 치매 위험 간의 관계를 보여준다. 경도 난청은 치매 위험을 약 1.9배, 중등도는 4.9배, 고도는 10배 높이고, 조기에 보청기를 착용하면 위험을 최대 32%까지 낮출 수 있다. 난청을 관리한다는 것은 귀를 돕는 것을 넘어 삶과 인지, 관계를 지키는 일이다.
보청기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청각사와 상담하여 맞춤형 기기를 선택하고, 배터리를 점검한 뒤 귀에 올바르게 삽입해야 한다. 처음에는 낮은 볼륨부터 시작해 사용 시간을 점차 늘리며, 정기적으로 청소하고 습기와 고온을 피한다. 통증이나 불편함이 있을 때는 음질 조정이나 부속품 교체를 위해 전문가 상담을 받는다.
난청 예방은 일상 속 작은 습관으로 가능하다. 소음을 피하고 적정 볼륨을 유지하며, 정기적인 청력 검사,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수면, 금연과 절주를 실천하는 것은 건강한 귀를 지키는 첫걸음이다.
작은 기기 하나가 관계의 다리가 되고, 작은 습관 하나가 기억과 존엄을 지킨다. ‘웰빙과 웰 다잉의 경계선에서’ 우리는 귀의 소리를 되살리는 것만큼, 삶과 관계의 소리를 놓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