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의 경계선, 산소포화도

작은 기계가 알려주는 삶과 죽음의 거리

by 진주

산소포화도라는 단어는 의학적으로는 단순히 혈액 속 산소의 비율을 뜻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하는 어르신들에게는 삶을 붙드는 숨의 끈과도 같다.

내가 돌보던 한 어르신은 종종 산소포화도가 80%대로 떨어지고, 맥박도 서맥을 보였다. 연세가 많으셔서 잠자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얼굴빛도 창백해졌다. 나는 보호자에게 병원 입원을 권했지만, 보호자는 고개를 저었다. “작은아버지도 병원에 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어요. 그래서 입원은 원치 않습니다.” 그 말에는 두려움과 체념이 동시에 묻어 있었다.

나는 보호자에게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구입해 드리고, 정상 범위와 위험 범위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95% 이상이 정상입니다. 90% 이하로 떨어지면 위험하고, 특히 피부나 입술이 청색빛을 띠면 곧바로 병원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교육은 간단했지만, 그것은 곧 생명을 이어주는 최소한의 안전망이었다.

작은 집게 모양의 산소포화도 측정기는 사실 1930년대 독일 의사 칼 마테스의 광학적 실험에서 시작되었고, 1970년대 일본의 아오야기 타쿠오 박사가 ‘맥박 산소측정 원리’를 발견하면서 비로소 오늘날의 펄스 옥시미터로 발전했다. 이전에는 동맥혈을 뽑아야만 알 수 있었던 산소포화도를, 이제는 손가락 하나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이 발명은 수술실과 중환자실, 호흡기 질환자 곁에서 생명을 지키는 동아줄이 되었고,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는 가정에서도 꼭 필요한 장치로 자리 잡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숨결을 수치로 보여주는 이 기계는,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안도와 경각심을 동시에 주는 작은 생명선이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에 연락이 왔다. 어르신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소식이었다. 보호자가 측정한 산소포화도는 낮았고, 입술은 이미 푸르게 변해 있었다. 곧바로 응급실로 이송했지만, 어르신은 끝내 1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그때 느꼈다. 산소포화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생명을 알려주는 마지막 신호라는 것을. 어르신의 숨결은 기계의 수치로 먼저 이상을 알렸고, 그것은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최후의 동아줄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끈을 오래 붙들 수 없었던 순간, 인간의 유한함 앞에서 나는 무력해질 수밖에 없었다.

돌아보면,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보호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하고, 위급한 신호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돕는 일이었다. “숨은 보이지 않지만, 그것이 멈추는 순간 삶도 함께 멈춘다.” 산소포화도를 지켜보는 일은 곧 생명을 존중하는 또 하나의 간호 행위였다.

어르신의 마지막 숨이 남긴 흔적을 마음에 새기며, 나는 오늘도 산소포화도의 작은 변화를 생명의 언어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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